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의 미국 고급 아파트 매입 의혹과 관련해 조만간 미국 변호사인 경모 씨(43·여)에게 소환을 통보할 계획인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 사건의 제보자인 이모 씨 형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돈상자를 건넨 인물의 신원을 수 명으로 압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근 13억 원 돈상자의 전달에 관여한 이 씨 형제를 두 차례 함께 불러 조사했다. 또 25일에는 동생 이 씨로부터 돈상자에 담긴 13억 원을 건네받아 경 씨에게 송금하는 데 관여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은모 씨를 체포해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 검찰은 이들의 진술 내용을 분석한 뒤 조만간 경 씨를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검찰은 미국시민권자인 경 씨를 강제로 불러 조사할 방법이 없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카지노 출입 등 도박을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데다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도 법리 해석이 달라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경 씨를 최대한 설득해 소환에 응하도록 할 방침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돈상자를 동생 이 씨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진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낀 남성’의 정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형 이 씨는 최근 동아일보 취재팀과 만나 “경 씨가 ‘과천역에 가면 누군가가 돈을 건네줄 것’이라고 해 한국에 있던 동생을 보냈다”며 “(동생은) 과천역에서 만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낀 의문의 남성과 함께 인근의 비닐하우스로 가서 1만 원권으로 13억 원이 담긴 상자 7개를 건네받은 뒤 경 씨가 시킨 대로 수입차 판매상이라는 은 씨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특히 돈이 전달된 2009년 1월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이미 구속된 상태여서 돈의 출처가 박 전 회장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의 비리 의혹 수사 당시 수사팀은 아파트 구입자금 140만 달러를 건넨 것이 박 전 회장이라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불거진 13억 원 돈상자는 새로운 자금이어서 이 돈이 노 전 대통령 측이 미리 마련해둔 자금인지, 박 전 회장 외에 또 다른 후원자가 있었는지, 돈을 가져온 사람이 노 전 대통령 측 자금관리인인지도 향후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재로서는 13억 원 돈상자 전달 의혹에 대해 수사할 뿐 2009년 검찰이 수사한 노 전 대통령 비리 의혹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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