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 달 중순경 채택될 유엔인권이사회(UNHRC)의 북한 인권 결의안에 중국 내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 금지를 촉구하는 내용의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북한 인권 결의안 작성을 주도해 온 유럽연합(EU) 등과 결의안의 구체적인 내용 및 문구를 조율하고 있다. UNHRC와 유엔총회는 2005년부터 매년 3월과 9월 북한 주민 공개 처형과 고문 금지, 탈북자 인권 보호 등을 촉구하는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해 왔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 내 탈북자들의 강제 송환이 국제적 이슈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올해 결의안에는 관련 내용이 강조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결의안 작성에 참여하는 국가들에 탈북자 강제 송환의 문제점을 상세히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의안에서 탈북자 강제 송환 금지를 촉구하는 내용을 앞세우거나 촉구 대상을 ‘모든 국가’에서 중국을 우회적으로 지칭하는 ‘주변 국가’ 등으로 보다 구체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한국은 2008년부터 북한 인권 결의안의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에 UNHRC에서 채택하는 북한 인권 결의안은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임기(1년)를 연장하면서 그 활동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수준이어서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서술이 길지는 않다. 다만 정부 당국자는 “짧은 결의안이라 하더라도 중요 사안의 경우 표현의 수위를 높여 이를 강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런 시도가 장기적으로는 9월 유엔총회에서 채택될 북한 인권 결의안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2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HRC 고위급 회의에서 중국 내 탈북자들의 강제북송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조를 촉구했다. 중국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직접 관련국’이라며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
김봉현 외교통상부 다자외교조정관은 “탈북자들이 체포돼 끔찍한 박해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강제 송환될 위험에 처해 있다”며 “이 박해는 고문 등 비인간적인 처우의 수준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정도로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모든 직접 관련국이 강제 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함으로써 탈북자들이 혹독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주요국 대표들은 이날 김 조정관의 연설 내용에 공감을 표시하며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는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대북인권특사도 미국 대표로 참석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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