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1차 공천안 발표 과정을 지켜본 새누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정 위원장의 ‘뚝심’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 위원장은 비대위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비대위가 의결을 하기도 전에 공천위가 마련한 안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해 버렸고 박 위원장의 호출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 20분경 비대위 회의장에서 나온 정 위원장은 곧바로 국회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비대위 회의에서 이재오 윤진식 의원 등의 공천을 놓고 언쟁이 벌어지고 결론이 나오지 않자 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것이다. 두 의원이 포함된 공천안을 발표한 정 위원장은 “비대위가 최종 결정한 뒤 발표한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시간이 오래 걸려서”라며 “우리 공천위에서 내놓은 안은 공천위안이고, 비대위는 비대위대로…”라고 잘라 말했다.
기자회견이 이뤄지는 동안 비대위원들은 정 위원장의 발표 사실을 모른 채 회의를 계속하다 당직자들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보고를 받았다.
박 위원장은 회의장 내 TV를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정 위원장의 발표 모습을 지켜봤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 의결 전 공천안을 공개한 데 대해 화가 난 듯 목소리를 높이며 정 위원장을 불러오라고 했지만 이미 공천위 회의를 위해 당사로 떠난 상태였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기자회견 30분 만에 비대위가 재의를 요구했으나 정 위원장은 원안에서 한 자도 고치지 않은 공천안을 확정했다. 당 안팎에선 “정 위원장이 박 위원장을 포함한 지도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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