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좋았는데” 덫에 걸린 민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8일 03시 00분


韓대표, 광주동구 자살 사과
“선거인단 불법모집 적발땐 경선 중단-후보자격 박탈”

민주통합당은 27일 광주 동구의 4·11총선 공천심사와 경선 절차를 모두 중단했다. 총선 후보 경선 선거인단 모집에 관여한 광주 동구지역의 주민이 전날 투신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 데 따른 것이다. 이번 불상사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모바일 선거 방식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명숙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광주 동구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지나친 과열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국민께 심려를 끼쳐 심히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경선을 중단하고 후보자격 박탈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당 중앙선관위는 정장선 의원을 단장으로 한 진상조사단을 광주 동구에 급파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당내에서는 “예고된 비극이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선거인단 모집 과열이 발생할 것이라고 수차례 개선을 요구했는데도 예방하지 못한 것은 민주당에 큰 책임이 있다”며 “모바일 선거가 최선의 방법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준다’는 명분 아래 이번 총선에서 국민참여 경선을 위한 모바일 경선을 처음 도입했다. 모바일 투표가 1·15 민주당 전당대회 흥행 돌풍의 주역이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총선 후보자 결정을 위한 모바일 투표는 당 대표 경선과는 상황이 달랐다. 유권자의 자발적 참여율은 떨어졌다. 중앙당 콜센터나 인터넷 홈페이지, 모바일 웹 페이지를 통해 모바일 투표를 신청할 때 휴대전화를 통한 본인 인증과 신용정보회사를 통한 주소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도 유권자를 번거롭게 했다.

▼ 모바일 경선 선거인 모집 과열… 예고된 비극 ▼


결국 모바일 경선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동원하느냐가 승패의 관건으로 떠오르면서 각 후보 진영은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에 사활을 걸었다. 정치신인들은 모바일 경선을 “신종 조직선거”라고 성토했다.

모바일 경선은 대리신청과 불법모집 논란까지 낳았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익숙지 않은 노인이 많은 농어촌 선거구에서 선거인단 모집에 애를 먹으며 나타난 부작용이다.

21일 전남 장성에서는 시간당 4500원을 받고 모바일 선거 대리 신청 아르바이트를 한 혐의로 고교생 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북구에서도 한 장애인시설에서 선거인단 불법모집이 이뤄지고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 경쟁은 ‘물갈이 지역’으로 통하는 호남에서 두드러졌다. 투신자살 사건이 발생한 광주 동구는 박주선 의원과 양형일 전 의원이 ‘리턴매치’를 벌이는 호남 최대의 격전지로 꼽힌다. 이곳은 두 후보 간 고소·고발 사태가 빚어진 지역이기도 하다. 두 후보는 최근 지역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 선관위, 박주선 의원 등 수사 의뢰


광주지검 공안부(부장 송규종)는 이번 투신 사망사건에 대해 “사건의 중대성에 따라 선관위의 수사 의뢰와는 별도로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사망자 조모 씨는 전 계림1동 동장으로 주민자치위원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동구선관위는 “박 의원과 유태명 광주 동구청장 등 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주민자치위원을 시켜 선거운동을 하게 한 혐의다. 선관위는 △박 의원의 명함 588장과 의정보고서 6장 △모바일 투표 대상자 선정 실적표 △가구주 명부 등 현장에서 확보한 자료도 검찰에 제출하기로 했다.

박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숨진 조 씨와의 관계에 대해 “개인적으로 만난 바가 없다. 무보수 자원봉사자였다”고 해명했다.

한편 조 씨의 빈소인 광주 동구의 한 장례식장 3층에는 조화 20여 개가 있었지만 민주당에서 보낸 조화는 광주시당 명의의 한 개밖에 없었다. 민주당 측 조문객도 동구의회 의원들이 전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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