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K 물의에도 에너지 자원외교는 계속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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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9일 03시 00분


■ 자원부국 대사 3명 좌담
개도국에 발전기 설치 등 자원외교엔 상생정신 중요

재외공관장 회의 참석차 귀국한 ‘에너지 거점 공관’의 대사 3명이 28일 외교통상부 소회의실에 모여 자원외교의 현실과 고충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전영욱 주볼리비아, 최종현 주나이지리아, 김해용 주미얀마 대사.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재외공관장 회의 참석차 귀국한 ‘에너지 거점 공관’의 대사 3명이 28일 외교통상부 소회의실에 모여 자원외교의 현실과 고충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전영욱 주볼리비아, 최종현 주나이지리아, 김해용 주미얀마 대사.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씨앤케이(CNK) 사건이 자원외교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까 걱정됩니다. 이 기회에 아예 이런저런 것은 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줬으면 좋겠어요.”(전영욱 주볼리비아 대사)

기자가 ‘CNK’라는 말을 꺼내자 대사들의 얼굴이 다소 굳어졌다. 김은석 전 에너지자원대사가 연루된 CNK 사건으로 외교부가 사상 초유의 검찰 압수수색을 당하는 굴욕을 겪은 상황에 부담을 느낀 듯했다. 2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소회의실에 자리를 함께한 전 대사와 김해용 주미얀마, 최종현 주나이지리아 대사는 이른바 ‘에너지 거점 공관’의 공관장이다.

▽최 대사=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은 대부분 부패와 인프라 부족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개발도상국입니다. 정책과 투자가 결실을 보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려요. 인내심을 갖고 한 발자국씩 진척시켜야죠.

▽전 대사=다른 나라는 에너지·자원외교 같은 거창한 구호를 안 외쳐요. 우리가 후발주자이다 보니 뭔가 좀 더 속도를 내야 해서 그런 거죠. 볼리비아는 이상득 의원의 특사외교로 주목만큼 많은 비판도 받았어요. 하지만 이 의원이 나서면서 볼리비아 고위층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고 대통령의 형이 직접 관심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뒀어요.

▽김 대사=자원외교 중점 공관 대부분은 소위 ‘험지’입니다. 인력 풀이 많지 않아요.

▽최 대사=나이지리아는 종교, 종족 갈등과 빈부격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다 보니 자생적 테러단이 많습니다. 자살폭탄테러가 확산되면서 치안이 악화되는 것도 문제예요.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은 불투명하고, 인터넷은 수시로 끊기고, 식재료도 없어서 국내에서 공수해야 하고….

▽전 대사=중남미 지역에서는 언어 문제도 아직 심각해요. 포르투갈어가 유창하면서 브라질의 경제, 정치까지 모두 이해하는 전문인력은 국내에 5명도 안 될 겁니다. 문학 전공자만 특채를 해놓으니 사회·경제지식이 없어서 전반적인 이해도가 굉장히 많이 떨어져요. 볼리비아가 반미 성향의 국가이다 보니 우리가 어떻게 호흡을 맞출지 고민하며 발버둥도 칩니다.

▽최 대사=자원외교를 할 때 자기 국가의 이익만 좇는다는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해 굉장히 노력해야 합니다. 상생의 정신을 강조하며 윈윈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해요. 전기가 하루에 스무 번씩 나가는 나라에서 발전기 설치를 도와주고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모기장을 공급해 주는 식으로 작은 것부터 도와줄 수 있습니다.

▽김 대사=중국은 자원외교를 할 때 국부펀드를 통해 아예 패키지로 들어옵니다. 수력댐이나 도로를 건설해주고 광산을 확보하는 식이에요. 최근에는 구리광산도 하나 가져갔죠. 우리는 그런 접근을 할 수 없지만 그 대신 유관 부처들 간에 협력이 좀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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