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앤케이(CNK) 사건이 자원외교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까 걱정됩니다. 이 기회에 아예 이런저런 것은 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줬으면 좋겠어요.”(전영욱 주볼리비아 대사)
기자가 ‘CNK’라는 말을 꺼내자 대사들의 얼굴이 다소 굳어졌다. 김은석 전 에너지자원대사가 연루된 CNK 사건으로 외교부가 사상 초유의 검찰 압수수색을 당하는 굴욕을 겪은 상황에 부담을 느낀 듯했다. 2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소회의실에 자리를 함께한 전 대사와 김해용 주미얀마, 최종현 주나이지리아 대사는 이른바 ‘에너지 거점 공관’의 공관장이다.
▽최 대사=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은 대부분 부패와 인프라 부족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개발도상국입니다. 정책과 투자가 결실을 보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려요. 인내심을 갖고 한 발자국씩 진척시켜야죠.
▽전 대사=다른 나라는 에너지·자원외교 같은 거창한 구호를 안 외쳐요. 우리가 후발주자이다 보니 뭔가 좀 더 속도를 내야 해서 그런 거죠. 볼리비아는 이상득 의원의 특사외교로 주목만큼 많은 비판도 받았어요. 하지만 이 의원이 나서면서 볼리비아 고위층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고 대통령의 형이 직접 관심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뒀어요.
▽김 대사=자원외교 중점 공관 대부분은 소위 ‘험지’입니다. 인력 풀이 많지 않아요.
▽최 대사=나이지리아는 종교, 종족 갈등과 빈부격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다 보니 자생적 테러단이 많습니다. 자살폭탄테러가 확산되면서 치안이 악화되는 것도 문제예요.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은 불투명하고, 인터넷은 수시로 끊기고, 식재료도 없어서 국내에서 공수해야 하고….
▽전 대사=중남미 지역에서는 언어 문제도 아직 심각해요. 포르투갈어가 유창하면서 브라질의 경제, 정치까지 모두 이해하는 전문인력은 국내에 5명도 안 될 겁니다. 문학 전공자만 특채를 해놓으니 사회·경제지식이 없어서 전반적인 이해도가 굉장히 많이 떨어져요. 볼리비아가 반미 성향의 국가이다 보니 우리가 어떻게 호흡을 맞출지 고민하며 발버둥도 칩니다.
▽최 대사=자원외교를 할 때 자기 국가의 이익만 좇는다는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해 굉장히 노력해야 합니다. 상생의 정신을 강조하며 윈윈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해요. 전기가 하루에 스무 번씩 나가는 나라에서 발전기 설치를 도와주고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모기장을 공급해 주는 식으로 작은 것부터 도와줄 수 있습니다.
▽김 대사=중국은 자원외교를 할 때 국부펀드를 통해 아예 패키지로 들어옵니다. 수력댐이나 도로를 건설해주고 광산을 확보하는 식이에요. 최근에는 구리광산도 하나 가져갔죠. 우리는 그런 접근을 할 수 없지만 그 대신 유관 부처들 간에 협력이 좀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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