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이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는 이야기만 들려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아요. 다시 북으로 가면 어떻게 되는지 너무 잘 아니까요. 동포를 살리기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해야지요.”
탈북 여성 박사 1호인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48)의 어머니인 이재관 할머니(75)는 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자 이야기가 나오자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할머니는 28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양천아파트 복지회관에서 특별한 점심식사를 준비했다. 북한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 다른 할머니 6명과 함께였다. 이들은 마을 주민 100여 명을 초대해 평양식 순대와 개성만두 송편 등 북한 음식을 대접했다. 무사히 한국 땅에 정착해 살 수 있게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중국 공안에 잡힌 탈북자들의 처지도 알리고 싶어서였다.
서울 양천경찰서의 도움을 받아 지난달 30일 만든 ‘진달래 나눔 봉사단’에서 활동하는 이 할머니들은 북한 땅을 떠나면서 가족과 꿋꿋이 함께 사는 평범한 일이 얼마나 어렵고 고된 일인지 절실히 느꼈다.
봉사단 할머니들은 마을 주민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며 탈북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리기로 했다. 지난해 3월부터 탈북 할머니들의 자원봉사 활동을 후원하고 있는 양천경찰서에 후원을 요청하고 행사를 준비했다. 행사 전날인 27일에는 밤 12시까지 음식을 만들었다.
봉사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순복 할머니(71)는 이날 연신 음식을 나르며 “일주일 전부터 이번 행사를 위해 준비한 만큼 탈북자들에 대한 관심을 잊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양천경찰서 보안과 경찰관들도 소식을 듣고 달려와 식자재를 운반하고 주민들을 안내하는 등 팔을 걷어붙였다.
23일부터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북송 저지를 요구하며 단식을 하고 있는 딸의 목소리를 전화를 통해서만 듣는다는 이 할머니도 “딸을 생각하면 애처롭지만 생명부터 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모두 65세가 넘은 진달래 나눔 봉사단 할머니들은 한 시간 동안 이어진 이날 점심시간 내내 국자에서 손도 떼지 않았고 피곤한 기색도 없었다.
“그들이 얼마나 힘든 상황에 있을지 눈에 선합니다.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라죠. 많은 사람이 이 일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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