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이명박)계 좌장 역할을 하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27일 4·11총선 공천 1차 발표 과정에서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았지만 친이계 의원 사이에선 오히려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때 정권의 2인자였던 이 의원의 운명이 한나절 동안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본 상당수 친이계 의원들이 “이번 공천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겠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이 의원은 측근 의원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했지만 착잡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측근들에게 자신에 대해선 ‘일절 함구’를 당부했다고 한다. 중앙정치와는 멀찍이 떨어져 서울 은평을 지역구에서 ‘나홀로 선거 운동’을 해서 2010년 재선거 때처럼 살아 돌아오겠다는 것이다.
이런 이 의원에 대해 일부 친이 의원은 “혼자만 살겠다는 것이냐”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2008년 총선에서 친이계가 공천권을 쥐었을 때는 친박(친박근혜)계의 대표격으로 강창희 전 의원 등이 공천 과정에 참여해 친박 측의 의견을 전달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역할을 하는 친이 중진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며 친이계의 다른 한 축이었던 이상득 의원은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한 상황이어서 더욱 움직일 공간이 없다. 그 역시 27일 측근 의원들과 만찬을 했지만 공천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낀 것으로 전해졌다. 친이계 중진인 안상수 전 대표와 최병국 의원은 공천이 보류되면서 당장 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친이 의원들 사이엔 “(당 주류가) 지역에서 경쟁력이 있는 이재오 정두언 등만 살려줘 포용의 모양새만 갖추고 나머지 친이 초·재선 의원들은 죽이려는 거 아니냐”는 의심 섞인 시각이 있다.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5%를 공천 배제하는 새로운 공천 기준만 적용해도 수도권에서 상당수 친이 의원들은 탈락한다. 수도권에선 대부분의 현역이 친이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한 친이계 의원은 “특정인을 찍어 무리하게 낙천시키지 않고 그냥 ‘룰’대로만 해도 상당수 친이 의원들은 ‘시스템 학살’을 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략공천지역이 친이계 인사들의 출마 지역을 중심으로 선정됐다는 의심스러운 시각도 있다. 이 대통령의 ‘입’이었던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출마한 서울 종로와 김해진 전 특임차관, 박선규 전 청와대 대변인이 나간 서울 양천갑이 전략공천지역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종로에는 친박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이나 홍준표 전 대표를 전략공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홍 전 대표는 주변에 “(현 지역구지만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동대문을 지역 인근인 종로로 나가면 동대문 주민들이 뭐라고 하겠느냐”며 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대문을 역시 전략공천지역으로 정해졌다. 당내에선 자신의 거취를 당에 일임한 홍 전 대표를 다시 이곳에 내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홍 전 대표도 “당에서 나가라면 다시 동대문을에 나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김문수 “이재오 공천 반대한 비대위원들 문제”
17대 총선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이었던 김문수 경기지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재오 공천에 반대한 비상대책위원들은 문제 있는 사람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지사는 “전통적 지지층에 새로운 지지층과 우호세력을 합쳐내는 게 선거이고 공천 과정인데 지금은 자꾸 누구를 밀어내자고 한다. 그러면 합칠 사람은 누구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같은 사람과도 최대한 합칠 노력을 해야 되지 않느냐”고 당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 “이준석 비대위원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를 가장 존경한다’면서 왜 새누리당에 있느냐” “김종인 비대위원은 민주당 의원이었는데 누구를 심판한다는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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