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가 최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의 미국 아파트 구입 의혹과 관련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극비리에 방문 조사한 사실이 동아일보-채널A 취재팀 취재 결과 28일 확인됐다.
검찰은 최근 박 전 회장이 입원한 삼성서울병원을 찾아가 면담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은 “문제의 13억 원은 내 돈이 아니다. 이 돈을 전달할 당시 나는 구속수감돼 있어서 이 내용을 전혀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공여와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의 확정판결을 받은 박 전 회장은 심장질환 치료 등을 이유로 형집행정지 허가를 받아 병원에 머물고 있다.
박 회장이 이 돈의 출처가 자신이 아니라고 진술함에 따라 노 전 대통령 측이 미리 마련해둔 자금인지, 박 전 회장 외에 또 다른 후원자가 있었는지, 돈을 가져온 사람이 노 전 대통령 측 자금관리인인지를 밝히는 방향으로 검찰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우선 13억 원이 든 돈상자를 제보자인 이달호(미국명 돈 리) 씨에게 전달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한 50, 60대 남성’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이 신원 미상의 인물을 몇 명으로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날 주택구입 대금으로 추정되는 13억 원(약 100만 달러)을 송금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 경모 씨(43·여)에게 소환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경 씨는 미국 뉴저지 주 허드슨 강변에 있는 ‘허드슨클럽’ 아파트를 정연 씨에게 처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은 전날 대기업 계열사 대표를 지냈던 경 씨의 아버지를 소환해 1시간가량 조사하며 경 씨의 미국 연락처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단 경 씨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을 통보했다. 하지만 조사상황에 따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를 물어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2009년 1월 현금 13억 원이 담긴 상자 7개를 이 씨로부터 건네받아 경 씨에게 보낸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수입차 판매상 은모 씨(54)를 체포해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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