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김정일 사망 후 10일간의 애도기간에 탈북했다 체포된 주민들을 모두 함경북도 회령의 25호 정치범수용소에 수감했다고 대북소식통이 29일 전했다. 이는 2월 8∼12일 중국에서 체포돼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31명의 탈북자와는 별도의 사안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19일 김정일 사망 소식을 공식 발표하면서 29일까지를 애도기간으로 정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이 기간 탈북을 했거나 시도했다 체포된 사람들은 중대한 반역범죄행위로 인정해 별다른 예심 없이 정치범수용소에 수용했다. 또 이들의 가족과 친인척들은 현재 보위부에 구류돼 탈북 협조 여부 등을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선 죄인을 정치범수용소에 수감하기까지 최소 3개월, 최대 1년 정도가 걸린다. 예심을 통해 받은 자백을 토대로 국가안전보위부의 최종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애도기간에 탈북했다 체포된 이들은 이례적인 즉결처벌 대상이 된 것이다.
애도기간이 끝난 12월 29일 이후 탈북했다 북송됐거나 탈북을 기도하다 체포된 사람들은 현재까지 형벌을 받지 않고 보위부 구류장에서 예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29일 이후 북한은 3월 말까지를 100일 애도기간으로 재지정했다. 이에 따라 10일 애도기간 중 탈북자와 100일 애도기간 중 탈북자의 처벌 경중을 달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에서 최근 탈북자 문제가 크게 이슈화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북한은 최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체포된 탈북자들이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는 내용의 강연을 하고 있다고 북한전문 인터넷신문인 ‘데일리NK’가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양강도 소식통을 인용해 “25일 동(洞) 여성동맹위원장들의 토요학습에서 도당 선전부에서 파견된 강사가 ‘탈북자들의 말로’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최근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이 이른바 탈북자 사건을 크게 떠들면서 우리 공화국을 헐뜯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 제도의 명예를 더럽힌 탈북자들은 결국 중국 공안국에 체포돼 우리에게 넘겨졌고 공화국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고 사례까지 들며 역설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한 강연이긴 하지만 강사가 처음으로 ‘탈북자’라는 단어를 사용해 참가자들이 의아해하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내부적으로 탈북자를 ‘민족반역자’ 또는 ‘월남자’라고 불러 왔다.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대북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은 28일 “북한 당국이 탈북을 막기 위해 최근 국경경비대의 교방(부대 주둔지 교체)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새로운 지역으로 옮겨간 군인들이 해당 지역 주민들과 인맥을 형성하는 데 걸리는 기간만큼이라도 확실히 탈북을 차단해 보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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