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대구의 강남벨트’로 불리는 대구 수성갑과 수성을을 전략공천지역으로 정해 경선 없이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의 결정으로 총선 후보를 선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친박(친박근혜)계 경제통인 3선의 이한구 의원(수성갑)과 특임장관을 지낸 친이(친이명박)계 재선 주호영 의원(수성을)의 공천이 일단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의원이 최종적으로 공천을 받을 수도 있지만, 당 안팎에선 새누리당이 ‘텃밭’인 영남 지역에서부터 본격적인 물갈이를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최측근인 이 의원마저 공천에서 배제된다면 물갈이 폭은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새누리당은 이르면 4일 4·11총선 2차 공천 결과를 발표한다. 여기엔 강창희(대전 중), 홍문표 전 의원(충남 홍성-예산)과 정우택 전 충북지사(충북 청주 상당) 등 원외 인사들이 단수 후보로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기현 의원(울산 남을) 등 단수 신청 후보 지역의 공천도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역 의원 중 하위 25%를 탈락시키는 컷오프 여론조사가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돼 의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1일 당내에서 ‘25% 컷오프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데 대해 “무슨 일이 있어도 25% 비율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 물갈이 진원지로 떠오른 대구-부산
대구 지역은 현역 의원에 대해 피로감이 커 특히 교체지수가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역 민심이 ‘새누리당 후보에 표를 줄 테니 사람만 바꿔 오라’고 한다는 것이다. ‘하위 25% 컷오프’를 위한 여론조사에서 살아남을 현역 의원이 3, 4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박 위원장도 대구 지역에 새 인물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전체 12명 가운데 여론조사 대상은 8명이다. 박 위원장과 이해봉, 홍사덕, 주성영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거나 당에 거취를 일임했기 때문이다. 남은 8명 중 25%인 2명만 탈락해도 50%(6명)가 교체되는 셈인데, 여기에 2, 3명이 추가되면 교체율은 70%대로 높아진다. 유승민 서상기 조원진 의원은 친박계이면서 비교적 지역구 관리를 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이계 핵심 당직자(원내수석부대표)인 이명규 의원은 다른 후보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4선의 박종근 의원은 지역 최고령(75세)이지만 공천 탈락 시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제기된다.
17명의 부산 의원 중 3명(김형오 현기환 장제원)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서병수 의원은 공천이 확정됐다. 허태열 의원은 지역구가 전략공천지역이 되면서 공천이 보류됐다. 여기에 3, 4명의 의원이 25% 룰을 적용받아 탈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중진 중에는 친박계에서 이탈한 김무성 의원, 범친이계의 정의화 안경률 의원의 공천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 정몽준 남경필 공천 받을 듯
1차 공천 발표에서 이재오, 서병수, 전재희 3명만 이름을 올린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3선 이상 의원 39명 중 7명이 불출마를 선언해, 29명의 운명이 정해지지 않았다. 이 중 정몽준 남경필 권영세 이주영 의원 등은 당 지도부이거나 경쟁력이 높아 공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지만 다른 중진들은 누구도 공천을 자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물론 초·재선 의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5%는 새누리당 소속 지역구 의원 147명을 기준으로 하면 37명이다. 그러나 147명 중 불출마를 선언한 지역구 의원 11명과 이미 공천이 확정된 의원 15명을 빼면 121명이 남는다.
누가 보기에도 전국적으로 해당 후보의 경쟁력이 압도적이거나 그 후보 외에 야당 후보와 경쟁하기 힘든 의원이 20명 정도 된다는 것이 당의 예상이다. 이들은 다른 후보로 교체하기가 쉽지 않아 발표 시기와 무관하게 후보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남은 현역 100여 명 가운데 37명이 공천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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