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전남의 일부 지역 민주통합당 국민경선 과정에서 불법으로 대규모 조직 동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예비후보들은 경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선거인단 모집을 위해 관권을 동원해 대리등록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가 1일 입수한 동구 선거인단 대리모집 문건(수첩)은 한 장당 2명씩 총 34명을 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문건은 총 1500부가량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이 문건에 적힌 명단이 모두 대리등록에 이용됐다고 가정하면 최소한 5만 명 이상의 유권자가 동원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건을 공개한 A 씨는 “통장을 통해 배포돼 대리등록이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수첩을 받아 대리모집에 나섰던 60대 여성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아는 지인으로부터 ‘동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특정 후보를 도와야 한다’는 부탁과 함께 수첩 2권을 전달받아 지인들을 상대로 대리모집을 했다”며 “특정 후보를 거론하면서 대리모집을 한 행위가 불법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수첩을 준 사람도 아는 사람으로부터 10권을 받아 2권씩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 권은 모두 채워 다시 전달했지만 두 권째 모집 과정에서 투신자살 사건이 발생해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주선 의원 측은 이날 호소문을 통해 “수첩은 선거인단 등록을 끝낸 사람들을 파악하기 위해 자발적 지지자가 자체 비용으로 제작해서 배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아직 박주선 의원을 소환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혐의 사실이 드러나면 소환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에서도 장애인 노인요양시설에서 민주당 선거인단 대리등록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북구 각하동 한 장애인 노인요양시설에서 간호사와 직원 등이 ‘광주 북구갑 B 예비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말을 하며 노인들에게 선거인단 등록을 받았다”는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해당 시설에서 민주당 선거인단 등록 서류 수십 장을 확보했다. 경찰은 노인요양시설 대표가 판단력이 흐린 노인들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불법 대리등록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는 한편 B 후보와의 연관성 유무를 조사하고 있다.
민주당 선거인단 모집이 조직적인 동원선거라는 게 드러나자 광주지역 시민단체들은 이번 경선을 ‘국민동원 경선’이라고 규탄하고 1일부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Change 2012총선·대선 광주연대’는 이날 오후 광주 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안일한 사고가 예비경선부터 과열, 혼탁 선거를 부추기고 있다”며 “공천 명단에 개혁, 쇄신과 거리가 먼 인물들이 포함되고 선거구 대물림, 의원직 세습, 실정법 위반으로 재판에 계류 중인 인사들까지 포함돼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한편 광주지검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대가로 수십만 원을 받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백모 씨(55)를 이날 구속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kokim@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