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에 당국 간 회담에 응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북-미 간 ‘2·29 합의’ 이후 남북 대화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한국을 배제한 채 북-미 대화에만 속도를 내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구사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사진)은 2일 통일부 창설 43주년 기념사에서 “지난달 우리가 제의한 고구려 고분군 병충해 방제와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 제의에 호응하지 않는 북한이 비방과 선전선동을 지속하고 있다”며 “비핵화와 신뢰 구축의 방향으로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미-북 사이에 합의가 이뤄진 만큼 남북대화에도 다소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라며 전향적 전망을 제시했다.
하지만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한국을 배제하는 느낌을 대외적으로 강하게 주려 할 것”이라며 “현재 걱정은 이런 통미봉남의 논리”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현재 한미 간 조율은 잘되고 있지만 북한이 1, 2차 때와 달리 3차 남북 비핵화 회담은 가지지 않으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남북은 두 차례의 북-미 고위급 회담에 앞서 인도네시아 발리와 중국 베이징에서 비핵화 회담을 한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미 합의 이후 북핵 문제가 급진전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북한이 ‘6자회담 재개 시 경수로 제공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정부 당국자는 “경수로 사업은 이미 추진하다가 폐기된 것”이라며 “이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가 완료된 이후에나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주 미국에서는 남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가 조우할 기회를 갖지만 의미 있는 만남이 될지도 미지수다. 미국 시러큐스대 행정대학원과 독일 비정부기구(NGO)가 뉴욕에서 공동 주최하는 한반도 관련 세미나에 북한의 이용호 외무성 부상이 참석한다.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초청을 받은 이 부상이 한국 측의 참석을 문제 삼아 불참을 선언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
한 당국자는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내부의 체제 안정을 위해서 당분간 남쪽을 상대로 강하게 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2일에도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장교 합동임관식 연설 등을 문제 삼으며 대남 비난을 계속했다.
북-미 양측은 2·29 합의 후속 협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다음 주쯤 중국 베이징에서 이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만나 대북 영양지원과 관련한 협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매달 2만 t씩 12개월 동안 식량지원을 하기로 했으나 분배 투명성 보장을 위한 모니터링 방법 등은 후속 협의를 통해 구체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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