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해결” 목청높인 한국… 듣기만 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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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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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양제츠 외교부장 만나 “中정부가 적극 협력해달라”… 양제츠 “후주석에 전하겠다”

李대통령, 양제츠 접견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2일 청와대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탈북자 문제의 원활한 해결을 위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청와대 제공
李대통령, 양제츠 접견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2일 청와대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탈북자 문제의 원활한 해결을 위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청와대 제공
정부가 2일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을 상대로 중국 내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 문제를 강도 높게 제기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국내외의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하지 않는 중국을 향해 정부가 이 문제에 정면 대응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양 부장을 만나 “중국 내 탈북자 문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중국이 탈북자에 대한 인도적 고려, 국제법상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에 따라 이들을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1시간 10분의 회담 시간 중 40∼50분을 이 문제에 할애했다.

특히 김 장관은 최근 문제가 된 특정 사례들을 상세히 언급하며 “개별 케이스들을 좀 더 면밀하고 깊이 있게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중국 공안에 체포된 탈북자 가운데 미성년자이거나 가족이 한국에 있는 경우 등을 설명하며 인도주의적 차원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한국공관에 2, 3년씩 갇혀 있던 탈북자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자해를 한 사례도 거론했다고 한다.
▼ 金외교 “2, 3년씩 中에 갇힌 탈북자 자해” 양제츠 “…” ▼

회담에 배석한 정부 당국자는 “양국이 지금까지의 어느 한중 고위급 회담보다도 심도 있고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 측도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김 장관의 말을 경청했고 이 문제가 양국 관계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빨리 진정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에서 양 부장을 만나 “탈북자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적극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국제규범에 따라 탈북자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고강도 메시지를 내놓았던 것에 비해서는 톤을 완화했다. 김 장관이 이미 강하게 얘기한 만큼 이 대통령은 다소 부드럽게 중국 측에 권고한 셈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가 정상이 상대국 장관의 예방을 받는 자리인 만큼 대통령이 세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외교 관례”라면서도 “우리가 중국 정부에 기대하는 탈북자 처리 원칙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규범을 준수하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그러나 양 부장은 김 장관의 집요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진전시킬 만한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중국은 탈북자 문제를 국제법과 국내법, 인도주의에 따라 처리해 왔다” “이 문제가 국제화, 정치화, 난민화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기존 발언을 되풀이했을 뿐이다. 이 대통령과 만나서도 “한국 정부의 관심을 중요시할 것이고, 이 대통령의 생각을 후진타오 국가주석에게 전달하겠다”고 답했다고 청와대 측이 전했다.

중국 내부의 분위기도 여전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1일 밤 대담 프로그램에서 “한국이 미국과 공동으로 탈북자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동기가 의심스럽다”고 공격했다. 또 “한국 내 정치적인 상황을 살펴볼 때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그리고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이익과 관계가 있다” “한나라당이 자기 당의 이익을 위해 탈북자 놀음을 계속하는 것은 중국에 해를 끼치는 것이자 한국에도 이익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처럼 중국의 태도 변화 징후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때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방한하면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이 문제를 거론할 방침이다. 이를 전후해 중국 내 총영사관 등에 장기체류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문제도 집중적으로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상황의 진전이 있을 때까지는 중국을 더 밀어붙여 보겠다는 생각인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북한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최근 탈북자 문제에 대한 한국의 여론 동향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고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중국이 양국 정상회담과 한중 수교 20주년 행사들을 앞둔 만큼 탈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성의 표시’는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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