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에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4일 03시 00분


1994년엔 北이 불응해 무산… ‘실현’보다 외교효과 노린듯이용호 “IAEA 사찰 이뤄질것”

이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1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안한 것은 실현 가능성보다는 외교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연락사무소 설치는 과거에도 가능했으나 북한 스스로 걷어찬 카드이기도 하다.

정부 당국자는 13일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에 따라 양국은 연락사무소 설치를 위해 여러 차례 협상을 했지만 북한이 협상에 불응해 결론을 맺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네바합의 이후 미국은 평양 주재 연락사무소장 내정까지 마치고 협상에 성의를 보였지만 북한은 외교행낭(주머니)과 미국 외교관의 판문점 통과에 난색을 표하며 설치를 반대했다.

이 당국자는 “평양에 미국 연락사무소가 상주하는 데 따른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양 시내에 성조기가 나부끼고 연락사무소 경비 병력이 상주하는 것을 꺼렸다는 얘기다. 북한은 2007년 6자회담에서 연락사무소 단계를 건너뛰고 국교수립으로 직행하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다른 당국자는 “북한이 관계개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연락사무소 카드를 다시 꺼냈지만 실제 성사까지 난관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호 부상은 12일 미국 일정을 마치고 공항으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방북하느냐’는 질문에 “북-미 간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이 계속 취해지고 있다. 가까운 앞날에 IAEA의 사찰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전에 최고위급에서 합의된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을 이행할 의지가 남측은 없는 것 같다. 이행할 의지가 있느냐가 기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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