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27일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온 53개국 정상급 인사와 4개 국제기구(유럽연합 대표 2명)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화려한 외교의 장이다. 주요 정상들은 핵안보 의제 외에도 각종 양자·다자 접촉과 커피타임 담소, 막간의 대화를 통해 굵직한 글로벌 현안 대응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정상들의 숨 가쁜 일정
정상회의 참석자 중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단연 눈길을 끈다. 그는 2009년 4월 ‘핵무기 없는 세상’을 천명하고 핵안보정상회의를 탄생시킨 주역이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임기 첫해인 2009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이 때문에 핵안보정상회의는 ‘오바마 어젠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 만큼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기술과 예산 지원을 약속하며 참석 국가들의 핵안보 공약을 적극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은 중국이 주변국과 민감한 현안들로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이뤄진다. 위안화 절상 문제 등을 놓고 미국과 갈등을 빚은 데다 최근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도 중-미 간 ‘G2 신경전’이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관심사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이 대통령으로서는 사실상 마지막으로 참석하는 국제행사가 된다. ○다양한 현안 집중 논의
주요국 정상들은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수백 개의 다양한 양자 및 다자회담을 할 예정이다. 특히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을 발표한 직후여서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 정상 간의 긴밀한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은 서울정상회의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린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이번 정상회의에선 강력한 대북 규탄이 나올 수 있다.
한국만 해도 한반도 주변국 정상들을 포함해 최대 25개국과 양자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에선 탈북자 강제북송, 이어도 관할권 논란 같은 민감한 이슈가 걸려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거의 30분 간격으로 양자회담에 참석해야 할 정도다. 그렇게 일정을 짜고도 소화하지 못하는 6개국과의 정상회담은 김황식 국무총리가 대신 진행할 방침이다. ○얼굴 안 보이는 스타급 정상들
일부 정상은 사정상 불참을 통보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대선(4월 22일)을 코앞에 두고 있어 프랑수아 피용 총리를 대신 보내기로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런던 올림픽 준비와 다른 해외 일정으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국내 선거 준비 때문에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국내 사정으로 이번엔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아마도 부두 부통령이 대신 참석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차 워싱턴 정상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대신 단 메리도르 부총리가 참석한다. 핵무기의 존재에 대해 ‘NCND(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음)’ 입장을 유지해온 이스라엘로서는 핵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 총리가 직접 참석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핵경쟁 인도-파키스탄 앙숙의 만남도
이스라엘과 함께 핵확산금지조약(NPT) 비회원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은 지금까지 국경을 접하고 치열한 핵개발 경쟁을 벌여온 나라.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유사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가 핵안보 문제를 다루는 자리에 머리를 맞대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이 밖에 새롭게 국제무대에 등장하는 정상으로는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와 헬레 토르닝슈미트 덴마크 총리가 눈에 띈다. 두 정상 모두 자국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여성 지도자로 이번 정상회의가 국제무대 데뷔전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편 서울에는 정상회의 기간을 전후해 정상들을 태운 특별기 48대가 도착하고 의전차량 300여 대가 동원된다. 투입되는 경호·경비인력만 최대 4만 명에 이른다. 18개 언어로 이뤄지는 통역을 위해 50여 명의 통역전문가가 대기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