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23일 이정희 공동대표의 사퇴로 공석이 된 서울 관악을 후보로 이상규 전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47)을 공천했다.
이 전 위원장은 2010년 6·2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물러나 당시 한명숙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이 공동대표와는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최근 서울 은평을에 도전장을 냈다가 당내 경선에서 천호선 공동대변인에게 패해 선대본부장을 맡아왔다.
민노당 출신 논객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트위터에 이 전 위원장을 가리켜 “‘얼굴’ 대신에 아예 ‘몸통’이 나서는 격”이라고 썼다. 이 공동대표가 통합진보당 주류인 자주파(NL)의 핵심 계파 ‘경기동부연합’의 ‘얼굴’이라면 이 전 위원장은 그보다 더 핵심인 ‘몸통’이라는 것.
진 교수는 “NL계열의 문제는 조직력은 막강한데 인물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폐쇄된 신앙공동체 내에 갇혀있다 보니 대중과 대화할 능력을 잃어버렸다. 그나마 이념색이 없는 이정희 의원이 대중과 만나는 유일한 인터페이스 노릇을 해 왔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날 인터넷에선 경기동부연합 조직원끼리의 ‘돌려막기 공천’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물론 이 전 위원장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있다. 그를 잘 안다는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야권연대 과정에서 이 전 위원장을 지켜보면서 항상 묵묵히 일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경기동부연합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난받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통합진보당은 경기 성남 중원에서 경기동부연합 소속의 윤원석 전 ‘민중의 소리’ 대표를 야권 단일후보로 내세웠으나 그가 성추행 사건으로 낙마하자 그 자리에 또다시 같은 경기동부연합 소속의 김미희 전 민노당 최고위원을 공천했다. 문제가 되면 사람은 바꿀지언정 계파 차원에서 한번 차지한 지분은 절대 다른 세력에 넘기지 않는 것이다.
진보진영의 한 관계자는 “경기동부연합에서 조직이 자꾸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정희 카드’를 결국 놓은 것”이라며 “여전히 당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계파”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중 이석기 사회동향연구소 대표(2번), 청년비례인 김재연 씨(3번), 민주노총 간부의 성폭행 사건 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정진후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4번) 등도 경기동부연합 소속이거나 이들의 지지를 받는 인사들이다.
통합진보당에서는 ‘금기어’로 통했던 경기동부연합이 수면 위로 노출되면서 당내 노선 투쟁이 격화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통합진보당은 지난해 12월 민노당과 진보신당 탈당파(심상정 노회찬), 국민참여당(유시민 천호선)이 합쳐 만든 정당이다. 이 중 최대 세력은 민노당이고, 민노당의 핵심이 경기동부연합이었다. 그러나 이 공동대표의 총선 불출마로 경기동부연합 세력이 약화되면 비주류였던 평등파(PD)와 친노(친노무현) 그룹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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