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사건 2년을 사흘 앞둔 23일 천안함 46용사의 묘역을 찾았다. 천안함 사건 2년이 되는 날이 핵안보정상회의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미리 시간을 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5시 50분 청와대를 나서 KTX를 타고 오전 7시 20분 국립대전현충원에 도착했다. 때마침 봄비가 내린 묘역에는 이른 시간 때문인지 희생자 가족이나 일반 참배객이 눈에 띄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2년 전 차가운 서해 바다에서 숨진 천안함 46용사의 묘소를 차례로 둘러봤다. 이 대통령은 묘소 가까이에서는 우산을 주위에 넘겨준 채 비를 맞으며 묘비를 손으로 만져보았고, 민평기 상사의 사진이 담긴 액자의 물기를 손으로 닦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19세에 전사한 장철희 일병의 묘석 앞에서 한국철도공사가 만든 액자를 발견하고 “맞다. 기관사가 꿈이었다는데, 어린 나이에 군대에 가서 이렇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46용사를 구조하다가 숨진 한주호 준위 묘소도 찾아 일기장과 연필 등이 담긴 플라스틱 함을 열어보며 유족의 근황을 물었다.
이 대통령은 서울로 돌아오는 KTX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음이 씁쓸해서 이곳에 왔다. 46용사와 한 준위를 생각하면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핵안보정상회의 일정 때문에) 오늘 아침 일찍이 아니면 시간이…”라며 사흘 먼저 참배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의 2주기 추도식 행사는 26일 오전에 열린다. 청와대에서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이 부득이 불참할 수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방한한 각국 정상들과 중요 외교 현안을 논의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 탓에 도저히 틈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23일 천안함 희생자 유족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미리 참배를 다녀왔다. 추모식에 직접 참석하지 못함을 이해해 달라”고 썼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들이 이날 유족들을 직접 방문해 서한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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