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테러 위협에 맞서기 위한 구체적인 협력과 안전한 핵시설 운영, 핵 및 방사능 물질의 불법적인 이동 방지를 약속하기 위해 모두가 모였습니다. 의장국인 한국과 함께 '서울 코뮤니케'를 이끌어내는 게 요르단의 목표입니다."
핵안보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25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압둘라 2세 이븐 후세인 요르단 국왕(50)은 "많은 노력들이 뒤따르는 시급한 현안인 만큼 이번 회의를 통해 핵 안보가 모든 나라의 국익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감색 정장에 다홍색 넥타이를 맨 압둘라 국왕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동아일보 취재팀을 반겼다. 그의 곁에는 아들 후세인(18) 왕세손과 국왕의 여동생 라이야 빈트 알 후세인 공주(26)도 함께였다. 국왕은 네 번째, 후세인과 동양지역학을 전공해 일본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라이야 공주는 두 번째 한국 방문이라고 한다. 압둘라 국왕은 "나의 아버지도 중요한 외교적 행사가 있거나 해외순방을 할 때 나를 무수히 데리고 가셨고 그 때 아버지로부터 많은 것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를 얻었다"며 "내 아들에게도 같은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회원국 모두가 핵 밀수 방지에 동참하는 이니셔티브 내놓을 것"
북한의 위성발사와 이란 핵개발 사태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핵 안보에 대한 긴장분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압둘라 국왕은 한국과 공동으로 핵 밀수에 대항하는 이니셔티브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핵 물질이 전 세계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각각의 나라들로 흘러들어가는 핵 밀수를 막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르단 정부가 이번 회의에 임하는 가장 큰 목표는 이른바 '핵 밀수 대응팀(Counter-Nuclear Smuggling Team)'의 확대다. 압둘라 국왕은 "이미 요르단 정부는 국립 안보연구소 관계자를 포함해 세관, 인터폴 연락 사무관 등을 포함한 핵 밀수 대응팀을 운영해왔다"며 "요르단은 다년간 쌓인 지식과 경험으로 협력할 것이다. 2014년 다음 핵 안보 정상회의까지 모든 회원국들이 핵 물질의 밀수를 막기 위한 법과 정책들을 개선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도록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이번 회의가 방사능 물질의 불법 획득을 막는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사능 물질은 종종 보관에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고 연구용, 군사용, 의료용, 산업용 등으로 손쉽게 이용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방사능 테러가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 이를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공조가 더욱 요구된다고 압둘라 국왕은 강조했다.
핵무기를 제거하기 위해 핵 확산 방지가 가장 먼저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 요르단의 입장이다. 국왕은 "국제사회의 합의와 체제를 지켜야 하며, 핵 시설 공개 및 핵에너지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어 국제 감시단 파견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행위 등을 통해 투명성을 제고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 "요르단은 아랍의 봄 속 '안정의 오아시스'"
요르단은 시리아,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과 서로 국경을 맞대고 있다. 여러 나라에 둘러싸인 만큼 지정학적으로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 또 지난해 아랍의 봄으로 한차례 격변을 치른 중동 지역에 속해 있으면서도 비교적 변화의 소용돌이를 조용히 넘겨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국왕은 미소를 지으며 "우리는 '안정의 오아시스(oasis of stability)'로 남아 있었다"고 말한 뒤 어깨를 으쓱했다.
요르단이 안정적인 정국을 이끌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국왕은 "요르단은 이미 아랍의 봄이 시작되기 10년도 더 전부터 포괄적이고 진정한 의미의 개혁을 착수했다"며 "일부 개혁은 (국가 구성원의) 광범위한 합의를 도출해 부드럽게 진행됐지만 요르단도 일부 개혁에 대해선 이익단체들의 저항을 받아 시위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위들은 실업률이나 더딘 경제성장, 혹은 개혁속도나 방향에 대한 좌절감과 불만을 표출하는 데 그쳤지 개혁 그 자체에 대한 반대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아랍의 봄은 국민과의 대화를 늘릴 수 있었던 기회였다"며 "다른 나라와는 달리 시위 첫날부터 경찰들을 무장해제 시켰고 시민들의 집회나 행진에 대한 통제를 완화했다"고 강조했다.
요르단은 '대화위원회'를 만들고 헌법 수정안에 대해 검토하는 위원회를 설립해 지난해 9월 헌법의 3분의 1을 수정했다. 또 새로운 민주주의 기구들을 출범시키는 등 전반적인 국가정책의사결정과정에서 국민 참여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국왕은 "요르단이 평화로운 정치 변동과 포괄적인 합의민주주의의 지역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해결에 있어서도 요르단은 중요한 해결사로 자리매김해왔다. 요르단의 끊임없는 협상 중재 노력 덕분에 올 1월 양국의 협상가들을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한 테이블에 앉히는 데 성공했다. 압둘라 국왕은 "중동 지역에는 15~29살에 해당하는 청년들만 1억명이 넘는다. 그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고, 멋진 직업을 갖고 재능을 키우며 끊임없이 그들의 꿈을 실현해나가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평화가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의와 국제사회의 합법성에 기초한 실질적인 평화만이 이스라엘과 인근 지역의 진정한 안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국민 2명 중 1명꼴 페이스북 이용해…소셜미디어 적극 활용
국왕의 부인 라니아 왕비는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소셜 미디어(SNS)를 적극 활용하는 편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정책을 수립할 때도 SNS로 접하는 민의가 잘 반영되느냐는 질문에 국왕은 "물론이다. 정부관계자나 지도자와 같은 의사결정자들이 평화나 정의 민주주의 그리고 자유와 같은 가치들에 대해 옳은 결정을 하도록 강력히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얼마 전 요르단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200만 명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이는 전체 인구(약 600만 명)의 3분의 1정도"라고 말했다.
○ 요르단 청년들이 한강의 기적 배워가길 희망
압둘라 국왕은 이번 회의에 장남 후세인을 비롯해 청년 수행단을 대동했다. 국왕은 "한국은 요르단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게 롤 모델과 같은 나라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요르단 청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고 돌아가 한국의 교훈, 한강의 기적 등을 되새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한국전력은 4억6000만 달러를 투입해 요르단 '알 카트라나 가스복합화력 발전소'를 준공하면서 민자발전(IPP) 중동 진출의 첫 시동을 걸었다. 이번 사업은 요르단 정부가 발전전력 구입을 100% 보장하고 전력요금 지급을 보증함에 따라 투자지분 80% 기준으로 25년간 매출액 12억 달러, 순이익 2억2000만 달러의 안정적인 수익창출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발전용량은 요르단 전체 발전설비 용량의 11%를 점유하게 된다. 요르단 정부는 또 최근 코리아 글로벌 에너지(주)(KGEC)와 사해 및 와디 아라바 지역 석유 및 가스 탐사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양국 간 산업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
국왕은 "한국은 요르단에게 있어 매우 특별하고 중요한 에너지 파트너"라며 "에너지, 수자원, 인프라 구축 등 수많은 잠재력이 다양한 분야에 펼쳐져 있다. 요르단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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