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서 25m, 北 코앞까지 찾아간 오바마
美대통령 DMZ 방문… 부시 이후 10년만에 처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방한 첫 일정으로 비무장지대(DMZ)를 찾았다. 취임 후 첫 DMZ 방문으로 미국 대통령의 DMZ 방문은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17분 헬기 편으로 수행원들과 함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인근 캠프 보니파스의 헬기장에 도착했다. 1976년 8·18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때 북한군에게 살해된 미군 장교의 이름을 딴 이 부대는 JSA를 경비하는 미군 최전방 기지다.
미국 대통령 휘장이 붙은 갈색 가죽점퍼와 베이지색 바지 차림의 오바마 대통령은 정승조 합참의장과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사령관 등 한미 군 수뇌부의 영접을 받으며 부대 내 식당으로 들어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환하게 미소 띤 얼굴로 주한미군 장병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 “자유와 번영의 견지에서 남북한만큼 분명하고 극명하게 대비되는 곳은 없다”며 “자유의 최전선(freedom's frontier)에서 한국의 번영을 위해 수고하는 여러분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장병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군용점퍼와 DMZ 문구가 새겨진 완장, 기념주화를 선물했다.
이어 차량을 타고 부대에서 2.5km 떨어진 DMZ 내 오울렛 초소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유준성 중위 등 한국군 장병들과 악수를 하며 “여러분의 막중한 임무와 노고를 잘 알고 있다. 감사한다”고 격려한 뒤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군사분계선(MDL)에서 25m 떨어진 초소 전망대에 올라 방탄 유리막 앞에서 고배율 쌍안경으로 주한미군 지휘관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북측 지역을 관찰했다. 이날 김정일 사망 100일을 맞아 북측 최남단 선전마을인 기정동 마을에선 대형 인공기가 조기(弔旗)로 게양돼 있었고 정오가 되자 사이렌 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에드워드 테일러 미군 중령이 최근 북한의 동향과 DMZ 내 남측 최북단 마을인 대성동 마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가장 최근에 (북한과의) 교전이 언제 벌어졌느냐” “(DMZ 근처에)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가 어디냐”고 물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망대 관측을 끝으로 1시간여의 DMZ 방문을 끝내고 헬기장으로 향했다. 당초 오바마 대통령이 DMZ 방문 중 장거리로켓 발사를 예고한 북한을 향해 강력한 메시지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그런 명시적인 메시지는 없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천안함 폭침 2주기 전날 DMZ를 방문한 것 자체가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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