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로켓 동창리로… “백령도 영공 지날듯”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6일 03시 00분


평양 병기공장서 열차로 운반… 조립작업 추정
장영근 교수 “궤도 예측해보니 한국영공 침범”

북한이 이른바 실용위성 ‘광명성 3호’를 발사하기 위해 장거리로켓의 동체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기지로 운반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합동참모본부는 25일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장거리로켓의 동체를 (동창리 기지로) 운반해 건물 내에서 발사 준비를 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연합사령부 관계자도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장거리로켓 관련 활동을 충분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23일 밤과 24일 새벽 사이에 평양시 인근 산음동 병기공장에서 지붕에 덮개가 달린 특수 화물열차에 미사일 1, 2, 3단 추진체를 나눠 실은 뒤 동창리 기지로 운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열차가 이동하는 데 5∼6시간이 걸렸으며 동창리 기지 내 미사일 조립동에서 조립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일본 후지TV 등 일부 외신도 북한이 로켓의 동체로 보이는 물체를 철도를 이용해 24일 동창리 발사시설로 반입했다고 보도했다.

[채널A 영상]“北 로켓, 실제 궤도 추적해 보니…한국영공 침범”

아울러 정보당국은 동창리 발사대의 높이가 50m로 3년 전 ‘광명성 2호’를 발사한 함북 무수단리 발사대(32m)보다 높은 점으로 볼 때 로켓 동체가 3년 전보다 3∼4m 길고 추진력도 그만큼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한이 장거리로켓의 조립을 끝내고 발사대에 세우기까지 짧게는 1주일, 길게는 2주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다음 달 초에는 장거리로켓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소식통은 “김정은이 미사일을 쏴 올리는 장면을 현장에서 참관하기 위해 발사 직전 동창리 기지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며 “김정은의 동선 파악 등 북한군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로켓 발사 4, 5일 전 액체연료를 주입하고 발사 전날엔 로켓의 비행 궤적을 추적하는 탐지장비와 관측카메라를 설치할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앞서 북한은 장거리로켓을 다음 달 12∼16일 오전 7시∼낮 12시에 발사할 것이라고 국제민간항공기구(IACO)와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한 바 있다.

2009년 4월 5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북한이 장거리로켓(광명성 2호)을 발사하는 장면. 당시 조선중앙TV의 방송 화면을 촬영한 것이다. AP 연합뉴스
2009년 4월 5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북한이 장거리로켓(광명성 2호)을 발사하는 장면. 당시 조선중앙TV의 방송 화면을 촬영한 것이다. AP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장거리로켓이 백령도 위의 한국 영공을 지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25일 “북한이 밝힌 1단계 추진체 낙하좌표와 과거 북한이 발사한 로켓의 제원을 비행궤도 연산프로그램 STK로 분석한 결과 이번 로켓은 백령도와 대청도 상공을 지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동창리 기지와 백령도는 동경 124도 42분으로 경도상 위치가 같다. 또 북한이 IMO에 통보한 자료에 따르면 1단계 추진체는 동경 124도 30분 34초에서 동경 124도 52분 23초 사이, 북위 35도 12분 13초에서 북위 35도 55분 20초 사이에 떨어질 예정이다.

동창리-백령도-1단계 추진체 낙하지점이 일직선상에 있는 것이다. 장 교수는 “완전한 분석을 하기엔 부족한 데이터가 많다”면서도 “비행체의 궤도가 ‘타국 해안선으로부터 30km를 벗어나야 한다’는 국제관행에 어긋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통상 비행체가 폭발 또는 추락할 경우 파편이 반경 30km 내에 퍼지기 때문에 이 범위를 피할 것을 권고한다.

장 교수는 “북한이 3년 만에 새 엔진을 개발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2009년과 같은 엔진이라면 추력 29t짜리 로켓 4개를 묶은 1단계 추진체의 추력으로 동창리에서 발사 후 2분여 만에 고도 100km 이내로 백령도 상공을 지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상 고도 160km까지 영공으로 분류되는 만큼 북한 로켓은 백령도 위쪽 한국 영공을 통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 교수는 “고도 100km 이하에선 요격을 해도 중력 때문에 파편이 모두 지상에 떨어져 민간인 피해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도 이 사실(한미가 요격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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