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야당 가릴 것도 없다. 주요 4개 정당은 4·11총선에서 똑같이 만 5세 어린이를 둔 가정에 월 10만∼2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해 보육 부담을 덜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아동수당’ ‘양육수당’ 등으로 이름만 약간씩 다를 뿐 내용은 같다.
지난해 무상급식 논쟁 당시 논란이 됐던 소득계층별 수요에 따른 차등 지원 얘기는 어느 정당도 꺼내지 않았다. 왜 5세까지인지, 10만 원이 적정한지에 대한 근거도 없다. 주은선 경기대 교수는 “보육시설 확충도 없이 현금을 쥐여주면 그대로 시장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정책 실효성이 낮아질 수 있는데도 접근 방법이 똑같다”고 지적했다.
기존 정책을 약간 보완하는 수준의 공약은 실현 가능성은 높지만 유권자의 눈길을 잡기는 힘들다. 각 당이 전반적인 ‘좌클릭’ 기조 속에 ‘공약 따라하기’를 하는 이유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는 “복지가 더는 진보정당의 전유물이 아닌 것으로 되다 보니 역설적으로 통합진보당의 복지정책이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창근 성균관대 교수는 “자유선진당은 그동안의 보수적 색깔에 비춰볼 때 공약을 실제 추진할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백화점식 공약 나열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공약에 대한 책임성을 확보하려면 우선순위에 따른 재원 배분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표심만 쫓다 보니 공약이 세대, 계층별로 보장 리스트를 제시하는 수준에 머무른다는 것이다. 강장석 국민대 교수는 “각 당이 모든 문제를 고르게 다루려다 보니 정책 우선순위가 설정돼 있지 않고, 다뤄야 할 대상별로 유사한 정책이 제시되고 있어 정당별 차이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