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매니페스토 자문교수단 평가 결과 각 정당의 경제 분야 공약은 ‘예산타당성’ 지표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모든 정당이 공약을 실천하는 데 드는 예산 추계 및 조달 계획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예산타당성에서 그나마 최고점을 받은 새누리당도 “공약에 제시된 5년간 89조 원의 재원을 조달하려면 매년 세출 절감 10조7000억 원, 세입 증대 7조1000억 원을 달성해야 하는데 그 내용이 없다”(이영환 계명대 교수)는 지적을 받았다.
민주통합당도 “조세의 세목 신설 없이 연간 32조 원의 추가 복지재원 조달은 불가능하다. 조세부담률을 22∼23% 수준까지 올려 증세하는 계획을 담는 것이 솔직할 것”(강장석 국민대 교수)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이 ‘5년간 새로운 일자리 330만 개 창출’ ‘고용률 OECD 평균인 70% 달성’ ‘식량자급률 2020년까지 65% 달성’ 등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반면 새누리당은 그런 수치를 자제했다. 실현가능성에 초점을 두다 보니 점진적이라는 표현이나 유보, 단서를 많이 달았다.
홍인기 대구대 교수는 “새누리당은 정책 목표 수준이 낮고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 중인 것들을 확대한 공약이 많다”고 했고 이덕로 세종대 교수는 “민주당은 실천 전략이 없고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 성장동력 정책 미흡
각 정당은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보다는 일자리 나누기 정책에 치중했다. 그러다 보니 공통적으로 성장동력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새누리당은 성장동력 정책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한 기술사업화(R&BD) 시스템 도입 △소프트웨어 분야 생태계 구축 △해운업 및 환경산업 육성을 제시했고 민주당은 △과학기술부 부활 △R&D 투자 비중 확대 △서비스산업 적극 육성 등을 내놓았지만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갑성 연세대 교수는 “새누리당조차 성장 촉진 정책이 없고 사회적 기업, 귀농·귀촌 등 일자리 나누기 정책만 있다”며 “민주당이 제시한 과학기술, 정보기술(IT) 강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추진돼 오던 정책으로 시대에 대한 통찰이 없다”고 평가했다.
자유선진당이 내세운 ‘신기술 고급인력 10만 명 양성’ 공약에 대해서도 “어떻게 양성하겠다는 내용이 빠졌다”(주은선 경기대 교수)는 지적을 받았다. 통합진보당은 △노동시간 상한제 도입 △소득보전 기금 설치로 임금 하락 없는 노동시간 단축 추진 등을 일자리 창출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종범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임금 하락 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한다는 내용은 논리적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 쏟아진 재벌정책
각 정당은 경제민주화, 재벌정책에 많은 공약을 할애했다.
새누리당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 하향 조정 △주식양도차익과세 대상 대주주 범위 확대 △친족 회사와의 내부거래 정기 직권조사 △대기업 임원 및 지배주주 일가에 대한 사면권 행사 최대한 억제 등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주은선 교수는 “강제성이 전혀 없고 실질적 재벌 규제 수단이 없다”며 미흡하다고 했고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진보야당의 선거 콘셉트를 전면 배치하는 건 모방·뒷북 선거전략”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재벌정책으로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부채비율 100%로 하향 조정 △금산분리 강화 등을 제안했다. 통합진보당은 △재벌규제법을 도입해 30대 재벌 해체 △노동자 경영 참가 등 파격적인 재벌 공약을 제시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도입은 새누리당을 제외한 3당이 모두 공약으로 내걸었다.
새누리당의 경제공약에 대해 하종범 교수는 “불공정거래 근절, 엄격한 법집행 등 경제 현안과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를 절충하는 관점에서 균형 잡힌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경제공약에 대해 주은선 교수는 “금산분리 강화, 지주회사 부채비율 하향 조정 등 재벌개혁 정책이 다른 당에 비해 잘 제시되어 있다”고 평가했으나 이영환 교수는 “재벌개혁을 제외한 다른 문제는 구체적 실행 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자유선진당의 공약은 “소상공인 정책이 구체적이지만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농어촌 대책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통합진보당 공약은 “외국 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FTA 폐기 등 글로벌 경제시대 환경에 역행하는 공약이 많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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