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최종석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29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은 이날 오전 9시 40분경 최 전 행정관을 불러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불법사찰의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의혹 전반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 증거인멸 의혹의 ‘키맨(Key man)’
검찰은 증거인멸 지시 의혹의 사실 여부와 구체적인 경위, 장 전 주무관에게 전달한 돈의 출처 등을 조사했다. 장 전 주무관은 이달 초 “검찰의 압수수색 이틀 전인 2010년 7월 7일 최 전 행정관이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의 컴퓨터와 진경락 전 총리실 기획총괄과장의 컴퓨터를 한강에 버리든 부수든 물리적으로 없애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 같은 지시의 사실 관계 등을 조사했다. 또 다른 ‘윗선’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 건네진 ‘돈’ 개입 의혹도 관심
최 전 행정관은 장 전 주무관에게 여러 차례 돈을 건네는 과정에도 개입한 의혹이 있다. 장 전 주무관은 “(재판) 3심까지 오는 동안 변호사 수임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았고, 최 전 행정관이 알아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또 “2010년 8월 30일 구속영장 기각 뒤 최 전 행정관 지시로 서울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 나가 이동걸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에게서 4000만 원을 받았다”며 “그 가운데 1500만 원은 변호사 비용으로 썼다”고 했다. 또 최 전 행정관은 지난해 5월 진 전 과장이 장 전 주무관에게 2000만 원을 건넨 과정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진 전 과장이 만든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의 사찰 문건을 조전혁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도 밝혀야 할 부분이다.
검찰은 이날 불법사찰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두고 있는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도 불러 조사했다. 자신이 증거인멸 지시의 ‘몸통’이라고 주장한 이영호 전 비서관은 30일 오전 10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는다. ○ 임태희 전 실장은 관련 의혹 부인
임 전 실장은 29일 “대통령실장이 된 직후인 2010년 7, 8월 청와대 내부회의를 통해 민간인 사찰은 물론이고 이후 은폐 시도까지 투명하게 대응하도록 주문했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전화에서 “회의 때 ‘하늘나라 비디오가 우리를 찍고 있다고 생각하자. 비밀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고 당부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추석 무렵 민간인 사찰 관련자에게 금일봉을 주며 입막음을 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자신이 고용부 출신인 최 전 행정관을 만나 구속된 직원들 가족의 투병생활 등을 듣고 지갑에서 돈을 꺼내 준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임 전 실장은 “경조사비 목적의 비상금 등을 다 합쳐 100만 원이 조금 넘는 액수였다”며 “진경락 전 과장 등 3, 4명에게 고기나 과일을 사 주라는 취지로 돈을 줬다”고 해명했다. ○ “축소할수록 좋다” 변호인 말 폭로
이날 장 전 주무관은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공개한 2010년 10월 15일 법무법인 바른 강훈 변호사와의 회의 내용을 통해 사찰 사건 변호를 맡은 강 변호사가 사건 축소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살 만한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이날 녹음 내용을 보면 강 변호사는 “검찰 측에서 많은 얘기를 한다. (진경락 전 과장과 장 전 주무관의) 진술이 일치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 공통의 이해관계는 사건을 축소하면 할수록 좋다는 것, 증거인멸이라고 하지만 뭘 인멸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국가기밀이었기 때문에 지우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는 식으로 추상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지금 검찰 수사가 다 해서(마무리되어) 검찰이 그만둔 게 아니잖아요. 수사를 억지로 고만 좀 해라, 해 달라 해서 수사 검사들은 심통이 나 있는데…”라고 말했다. 또 “검찰이 구형을 낮춰서 하게는 못 해주냐”는 장 전 주무관 물음에 최 전 행정관이 “지금 민정 2비서관 쪽에서 (검찰 구형) 많이 케어를 하고 있다”고 답한 내용도 포함됐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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