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폐막한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의 정상회의장에 중국 관리 30명이 들어왔다. 메모할 노트를 든 이들은 “회의장 디자인에 대해 알고 싶다”며 회의장 곳곳을 살피고 다녔다. 캠코더로 회의장 내부를 찍고 테이블 재질이 무엇인지, 자리 배치 간격이 몇 미터인지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줄자로 직접 길이를 재어보기도 했다.
이는 후진타오(胡錦濤·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정상회의를 전부 벤치마킹하라. 레드존(정상들의 활동공간) 출입 비표가 없는 사람들도 모두 레드존에 들어가서 행사장 조성 디자인을 배우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였다. 후 주석은 당시 행사장의 분위기와 인테리어에 크게 만족해하며 수행원들에게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은 3일 “핵안보정상회의가 끝난 이후에도 이번 회의에 참석한 각국과 국제기구로부터 회의 준비 과정이나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정상회의 뒷얘기들을 전했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측은 “정상들 의자의 등받이 뒷면에 각국과 기구의 명칭을 일일이 새긴 것이 매우 인상적”이라며 “인터폴이 새겨진 의자를 구입하고 싶으니 구입 방법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로널드 노블 인터폴 사무총장은 정상들의 비표에만 따로 붙어 있는 금색의 작은 클립을 보고 “너무 예쁘다. 평생 간직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랍에미리트(UAE) 관계자는 “정상들에게만 제공됐던 러펠핀의 제작업체 정보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고 뉴질랜드 측은 “첨단기술을 잘 활용한 회의시스템이 인상적”이라며 이번 행사에 투입된 예산 규모를 문의했다. 중국 측 스태프는 “후 주석이 한우스테이크와 봄채소로 구성된 첫날 만찬을 좋아했다”며 메뉴판을 인쇄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상들은 양자 정상회담과 외부 일정에도 만족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부인 아니 여사는 지난달 28일 국빈만찬 공연에서 남편이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Save Our World’)를 어린이합창단이 부르는 것을 듣고 눈물을 글썽이며 감동을 표시했다. 잉락 칫나왓 태국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국 드라마 ‘풀하우스’를 재밌게 봤고 2PM 멤버인 닉쿤(태국 출신 가수)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이 “태국의 무에타이 영화인 ‘옹박’을 봤다”고 화답하자 반가워했다고 한다. 한편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일 간부회의에서 직원들의 노력을 치하한 뒤 “정상 58명이 한자리에 모인 국제회의에서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진행한 의전 노하우를 모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외교부는 핵안보정상회의 백서를 발간하고 각종 정상회의 의전자료를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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