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은 3일 “국군기무사령부와 국가정보원도 민간인 불법사찰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명박 정부를 압박했다. 청와대는 “노무현 정부가 총리실을 통해 1000권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방대한 사찰 결과를 거의 대부분 폐기했다”며 4일째 맞대응을 계속했다. ○ 민주당, “기무사령부가 개입”
박영선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원충연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사무관(구속 기소)의 수첩을 절반가량 분석한 결과 2008년 8, 9월 국정원 기무사가 등장한다”며 11쪽 분량의 ‘원충연 수첩’을 공개했다.
수첩에 따르면 2008년 9월에 작성된 메모에는 ‘BH(청와대), 공직기강, 국정원, 기무사도 같이 함’이라는 문구와 함께 국정원 직원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이 적혀 있다. 특히 이철 당시 철도공사 사장 이름 아래에는 ‘HP 도청 열람’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HP는 휴대전화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장비(노트북 망원경 카메라) 차량’이라고 적혀 있는 메모도 있어 과학장비와 차량을 동원한 미행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노동계 사찰 대상에는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포함돼 있었다.
박 위원장은 “군인만을 대상으로 활동하도록 돼 있는 기무사 직원이 불법으로 파견됐다면 명백한 불법”이라며 압박했다.
검찰이 확보하지 못한 불법사찰 문건이 서류뭉치 형태로 두 곳에 더 남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휴대용 저장장치(USB)에 담긴 파일이 아니라 출력된 형태라는 것이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5월 이기영 경감(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 소속)이 친형인 이기승 씨 집에 민간인 사찰 문건 여섯 박스를 숨겨놨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이기승 씨의 자택 주소를 거론했다.
이에 혜화경찰서 소속 이기영 경감은 3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말”이라며 “필요하면 휴대전화 위치추적 기록 등 모든 조사를 해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명과 주소까지 거론한 이 의원에 대해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지목한 이 경감의 형 이기승 씨의 집에 거주한다는 여성은 본보 기자에게 “이모 씨 앞으로 우편물이 오긴 하지만 이곳에 살지 않는다”고 말했다. ○ 노무현 정부, “사찰 자료 대부분 파기”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이뤄진 사찰 활동의 위법성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총리실 산하 옛 조사심의관실의 자료 1000여 권에 대한 확인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에서 넘겨받은 자료의 대부분은 김대중 정부 후반 3년(2000∼2002년) 동안의 자료로 노무현 정부의 문서는 대부분 파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총리실은 2010년 9월경 국가기록원으로부터 권당 30∼200쪽 분량의 자료 1000여 권을 받았다. 정기국회를 맞아 그해 7월 불거진 ‘영포(영일-포항)라인’의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답변 자료를 작성하던 시점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1000여 권을 전수조사한 결과 노무현 정부 시절 조사심의관실의 사찰 자료는 합법이든 불법이든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가 공개한 김영환 민주통합당 의원을 비롯한 정치인, 체육단체장에 대한 사찰 자료는 조사심의관실 자료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김대중 정부 3년 동안의 문서가 1000권에 가깝다는 점에서 노무현 정부 5년 동안의 축적된 사찰 자료에 대해 “산술적으로 1500권쯤 될 것이며 대부분 파기된 것을 확인했다”고 보고 있다.
조사심의관실의 자료가 조직적으로 폐기된 것은 현 정부 출범을 전후한 시점으로 ‘총리실 차원의 사찰을 중단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뜻이 알려진 직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조사심의관실이 있던 외교통상부 청사 안에서 2, 3일간 방대한 문서 폐기가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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