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 딸과 입국한 백영옥씨… 국군포로 故백종규씨 둘째딸
함께 들어온 나머지 1명은 다른 국군포로 가족인 듯
“저도 까맣게 몰랐습니다.”
국군포로 고 백종규 씨의 큰딸 백영숙 씨는 3일 저녁 동생 영옥 씨 가족의 한국 입국 소식을 묻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영숙 씨는 이날 오후에도 국방부에 ‘동생이 언제쯤 입국할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안 돌아왔다. 기다려 달라”는 답만 들었다. 그는 아직 관계기관의 보호 아래 있는 동생과 전화로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
영숙 씨는 “바깥에 있는 나도 우울증이 걸릴 지경이었는데 3년 동안 동생이 중국에서 얼마나 힘들었겠나”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버지 백종규 씨는 6·25전쟁 중에 강제북송돼 함북 온성으로 끌려가 노역에 시달리다 1997년 “시신이라도 고향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사망했다. 이후 영숙 씨는 세 차례 탈북과 두 차례 북송을 거친 끝에 2004년 아버지 유골을 안고 입국했다. 백종규 씨는 ‘국군포로 유해송환 1호’로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영숙 씨가 탈북한 뒤 ‘반동’으로 찍혀 핍박받던 동생 영옥 씨도 남매를 데리고 2009년 5월 탈북에 성공했다. 당시 딸 이일심 양과 아들 이강민 군은 각각 18세, 14세였다. 하지만 만 3년 가까이 베이징 총영사관에서 사실상의 감옥생활을 해 이제 21세, 17세가 됐다.
영숙 씨는 동생의 한국행이 늦어지자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내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e메일로 호소문도 보냈다. 직접 중국에 가 담판을 지을 생각으로 지난달엔 중국 비자까지 발급받았다. 하지만 외교통상부와 국방부는 “잘 진행되고 있으니 3월 말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만류했고 이날 동생이 한국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서야 알게 됐다고 한다.
영숙 씨는 “동생 가족을 만나면 아버지 묘소부터 찾아뵙고 인사드리겠다”며 “유언대로 가족이 함께 고향 땅(경북 청도군)에 가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도움을 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는 말도 꼭 전해 달라”고 덧붙였다.
영옥 씨 가족과 함께 입국한 다른 탈북자 1명에 대해 정부는 신원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중국 선양(瀋陽)에 체류하던 또 다른 국군포로 가족 탈북자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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