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동아일보 1면 보도후 국내외서 ‘북송 반대’ 운동
정부도 ‘조용한 외교’에서 벗어나 ‘강경 대응’으로 中 압박
주중 한국공관에 장기간 체류하던 탈북자들의 한국행이 성사된 것은 2월부터 시작된 ‘탈북자 북송 반대 운동’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2월 14일 동아일보를 통해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후 처음으로 탈북자 31명이 중국 내에서 체포돼 강제 북송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는 탈북자 관련 단체들의 항의시위가 시작됐고 21일부터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주한 중국대사관 맞은편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정부도 ‘조용한 외교’에서 벗어나 ‘강경 대응’으로 태도를 바꿨다.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취임 4주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는 탈북자가 범죄가 아닌 이상 국제규범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옳다”며 중국 정부를 압박했다. 3월 2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만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회담 시간 대부분을 탈북자 문제 논의에 할애하면서 주중 한국공관에 사실상 갇혀 있는 탈북자들의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국방부가 지난달 중국군 묘지(적군묘지)의 시설개선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문제와 관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도 탈북자의 북송 반대 목소리가 높아졌다. 3월 1일 미국 워싱턴 앞에서 탈북자 북송 반대 시위가 열렸고 5일에는 미 의회에서 중국 탈북자 강제송환 청문회가 열렸다. 이런 노력에도 중국 내 탈북자 31명 전원이 끝내 북송됐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탈북자 운동은 성과 없이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탈북자 문제에 대한 추가 논의가 이뤄지면서 마침내 이들은 한국 땅을 밟게 됐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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