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초보로 이번 4·11총선에 호남지역에서 출마한 A 씨는 선거운동에 유권자들의 휴대전화 통화량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자신의 선거구에서 시간대별로 휴대전화 통화량이 많은 곳을 골라 유세 일정을 짠다. 통화량이 많다는 것은 사람이 많이 몰리는 지역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A 씨는 “이 지역들이야말로 선거구의 ‘급소’”라고 말했다.
A 씨는 ‘빅 데이터’ 선거전략을 쓰고 있다.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과학적으로 선거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빅 데이터를 활용해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것처럼 빅 데이터가 올해 국내외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A 씨는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과 소프트웨어업체인 선도소프트가 지난달 30일 출시한 ‘지오비전 선거구 분석 서비스’를 활용한다. 이 서비스는 SK텔레콤이 기지국에서 수집한 통화량 데이터에 선도소프트가 해당 지역의 상주인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데이터 등을 결합했다. A 씨는 이 서비스로 선거유세 일정과 차량의 일일 이동경로를 짜고 지역 여론 동향도 파악한다. 통화량 데이터는 어느 개인의 통화를 특정하지 않기만 하면 활용해도 문제가 없다.
이 서비스는 유료지만 나온 지 일주일도 안 돼 전국 60개의 선거캠프가 쓰고 있다. 서울 17개, 경기 21개, 기타 지역의 22개 캠프다. 선도소프트에 따르면 서울 마포갑과 광주남 지역구 등에선 출마한 후보 모두가 이 서비스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8대 총선에서 재선에 실패한 B 씨는 한층 더 정교한 전략을 세웠다. B 씨는 통화량에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 데이터까지 결합했다. SNS 민심으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긍정적인 여론을 키워드로 추출해 분석한 뒤 공약을 만들었다. 통화량 데이터를 통해 20대가 많이 모이는 곳에는 청년실업 문제를, 40대가 모이는 곳에는 집값 문제를 언급한 현수막을 내걸었다.
B 씨 캠프 관계자는 “가장 효과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빅 데이터 분석을 선택했다”면서 “사람이 몰리는 곳만 찾아다니다 보니 다른 후보들처럼 바람잡이를 동원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이 서비스로 수도권 격전지 중 하나인 서울 용산지역을 선택해 분석한 결과 토요일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에 가장 많은 인구가 몰리는 곳은 용산역 이마트와 CGV, 아이파크몰 등 세 곳으로 나타났다. 화면의 지도에서 사람이 많을수록 붉은색이 짙어진다.
미국에선 이 같은 정보를 선거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일찌감치 이뤄졌다. 2009년 당시 오바마 대통령 후보는 ‘타깃스마트컨설팅’이라는 회사와 손잡고 약 2억 명을 인종, 소비 수준, 가구 구성 형태 등으로 분류한 뒤 지역에 따라 맞춤형 전략을 세웠다. 한국의 선거도 이번 총선부터 빅 데이터를 활용해 과학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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