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D-4]이해찬 “김용민 사퇴해야”… 민주 ‘金 감싸기’ 내부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7일 03시 00분


김용민 “완주”… 지도부 침묵

민주통합당 서울 노원갑 김용민 후보(36)의 막말 파문이 커지고 4·11총선의 막판 변수로 떠오르면서 6일 민주당 내부에서도 김 후보 사퇴론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당 세종시 후보인 이해찬 상임고문은 이날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후보의 일은 당의 도덕적 품위의 문제”라며 “사과하는 수준 갖고 안 된다면 빠르게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후보 본인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그 선거를 포기하더라도 민주당으로서는 더 이상 후보를 보호하지 않겠다는 명쾌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고문은 또 “당의 입장이 애매하다. 당은 김 후보가 아니라 국민과 대화해야 한다. 당의 입장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명쾌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 김 후보의 사퇴를 촉구한 것은 이 고문이 처음이다.

민주당 김진애 의원도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후보는 석고대죄하고 공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확실하게 보인 뒤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압박했다. 서울 송파을 후보인 천정배 의원 역시 S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후보 문제에 대해 민주당 나름대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전날 잠시 중단했던 선거운동을 재개했다.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 선거사무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완주에 동의한다”며 끝까지 총선을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김 후보는 트위터에 “격려와 질책 명심하겠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진정성 있게 모든 걸 보여드리겠습니다”란 글을 띄우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나흘째 침묵으로 일관했다. 김 후보를 옹호하자니 역풍을 맞을까 두렵고, 버리자니 ‘나는 꼼수다’ 열성 지지층이 등을 돌릴까 염려되는 두 가지 상황을 고려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또 다른 고민은 나꼼수 청취자들을 중심으로 김 후보를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젊은층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트위터 등에서는 김 후보에 대한 옹호 여론이 비판 여론 못지않게 많고, 김 후보를 잘라내면 20, 30대 투표율 올리기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당 관계자는 “나꼼수 딜레마에 갇힌 꼴”이라고 했다.
▼ 옆 지역구서도 “우리 표까지 날아간다” 아우성 ▼

1·15 민주당 전당대회 때 나꼼수는 경선후보 9명 중 4명(한명숙 문성근 박영선 박지원)만 선별 초청해 방송을 녹음하는 ‘힘’을 과시했다. 한명숙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선출 직후 나꼼수 핵심 멤버인 정봉주 전 의원이 수감된 홍성교도소에 대거 면회를 갔다. “나꼼수 2중대냐”란 비판이 상당했음에도 한 대표가 정 전 의원의 뜻에 따라 김 후보 공천을 강행했을 만큼 민주당의 나꼼수 의존은 심하다.

김 후보와 나꼼수를 함께 진행했던 김어준 씨는 5일 “우리는 끝까지 간다”며 “사퇴하면 ‘나꼼수도 여기까지구나’라며 젊은이들이 투표장에 안 나올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무리 젊은층을 고려한다 해도 중도층 표를 일거에 깎아먹을 수 있는 김 후보를 그대로 안고 가는 것은 무모하다는 의견이 더 큰 편이다. 당장 김 후보와 ‘노원구 야권단일후보 공동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한 통합진보당 노회찬 후보(노원병) 측 관계자는 “우리 쪽에서도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고 우는 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김 후보에게 쏠린 관심을 부산 해운대-기장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하태경 후보로 옮겨보려는 시도를 했다.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은 “하 후보는 과거 ‘독도는 국제적 분쟁지역으로 공인돼 있다’ 등의 발언을 남겼다”며 “최소한의 기준을 갖고 공천했어야 한다. 온 국민을 분노하게 할 발언을 한 후보는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고 몰아세웠다. 그러나 당내에선 “김 후보는 쏙 빼고 하 후보에게만 그런 말을 하면 도리어 일을 키울 뿐”이란 비판도 나왔다.

당 안팎에선 김 후보가 마냥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김 후보의 막말 파문이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의 후보 사퇴를 부른 서울 관악을 여론조사 조작 사건과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초반엔 사퇴 불가를 외치지만 급속한 여론 악화와 빗발치는 사퇴 요구, 야권 지지율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떼밀려 사퇴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민주통합당#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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