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추대 - 로켓쇼 - 태양절… 北 ‘이벤트 주간’ 시작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9일 03시 00분


■ ‘김정은의 北’ 이번주 윤곽

위성에 찍힌 ‘갱도 입구 토사더미’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 기존의 동쪽, 서쪽 갱도 외에 남쪽에도 새로운 갱도를 굴착한 사실이 위성사진으로 확인됐다. 갱도 앞에는 토사더미도 보인다. 사진 출처 미국 상업위성 ‘퀵버드’
위성에 찍힌 ‘갱도 입구 토사더미’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 기존의 동쪽, 서쪽 갱도 외에 남쪽에도 새로운 갱도를 굴착한 사실이 위성사진으로 확인됐다. 갱도 앞에는 토사더미도 보인다. 사진 출처 미국 상업위성 ‘퀵버드’
북한의 3대 세습 체제인 ‘김정은의 북한’이 공식 출범하는 한 주가 시작됐다. 11일 노동당 대표자회를 시작으로 13일 인민최고회의, 15일 김일성 100회 생일(태양절)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장거리로켓도 발사된다. 김정일 사망 직후 인민군 최고사령관 자리에 올랐지만 노동당에선 아직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머무르고 있는 김정은이 노동당과 국가기구의 최고위직을 맡으면서 최고지도자로 등극하는 이벤트가 시작되는 셈이다.

○ 축제 분위기 조성하는 북한


북한은 벌써부터 각종 행사를 통해 태양절 분위기를 띄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8일 “5개 대륙에서 희세의 위인들(김일성, 김정일)을 칭송하는 1400여 건의 글이 발표됐다”고 소개했다. 노동신문은 “(만경대 김일성 생가 주변의) 남리부락이 더욱 현대적으로 꾸려졌으며 만경대유희장도 봉사준비를 끝냈다”고 전했다.

또 북한은 최근 ‘강성대국의 상징’이라고 선전해온 발전용량 30만 kW의 희천발전소 준공식을 성대하게 치렀고, 황해북도의 ‘618시멘트 공장’도 준공식을 열었다. 평양에서는 고층아파트, 극장 등 만수대지구 건설이 한창이며 평양민속공원 건설은 마감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 박연폭포 천연바위에 ‘영원한 우리 수령 김일성동지 수령님 탄생 100돌 기념’이라고 새겨진 글자도 공개됐다. 모든 인력과 자원이 행사에 투입되면서 지방행정은 공백상태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북한 매체들은 각국에서 축하 사절과 선물을 보냈고, 장거리로켓 취재를 위해 AP AFP 로이터 CNN NHK 등의 기자들이 속속 입국하고 있다고 연일 소개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세계적인 관심사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북한이 남한 총선일인 11일에 당 대표자회를 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남한 총선일에 김정은이 당 총비서에 오르면 남한 총선 결과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 일부를 빼앗아가게 된다”고 분석했다.

○ 김정은, 어떤 공식 직위 맡을까


김정일은 1974년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37년 동안 북한을 실질적으로 통치했다. 김정일 사후 지금까지 약 4개월은 ‘애도 정국’ 속에서 민심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한 기간이었기 때문에 아직 ‘김정은의 색깔’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번 행사를 통해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김정은이 어떤 공식 직위를 차지할 것이냐는 점. 앞으로 김정은이 어떤 기구를 중심으로, 어떤 방향으로 정국을 운영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가늠자다. 김정일은 김일성 사후 주석제를 폐지하는 대신 국방위원회의 위상을 높이고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선군(先軍)체제’로 북한을 통치했다.

당 대표자회에서는 김정은이 당 총비서를 맡을지, 인민최고회의에서는 국방위원장을 맡을지가 결정된다. 둘 중 한 자리는 김정일을 상징하는 자리로 영원히 남겨둘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이 제3의 국가기구를 만들 수도 있다. 또 노동당 규약(당 대표자회), 헌법(최고인민회의)의 개정이 이뤄진다면 김정은의 통치 방향이 부분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 ‘김정은의 사람들’ 파워엘리트의 향배


추진체 장착한 발사대 6일 찍은 위성사진을 통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기지의 로켓발사대에 추진체 장착이 완료된 사실이 관측됐다. 대북 소식통은 “1∼3단 추진체가 모두 발사대에 장착돼 연료 주입 작업만 남겨둔 상태”라고 전했다. 사진 출처 미국 상업위성 ‘퀵버드’
추진체 장착한 발사대 6일 찍은 위성사진을 통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기지의 로켓발사대에 추진체 장착이 완료된 사실이 관측됐다. 대북 소식통은 “1∼3단 추진체가 모두 발사대에 장착돼 연료 주입 작업만 남겨둔 상태”라고 전했다. 사진 출처 미국 상업위성 ‘퀵버드’
현재 북한의 파워엘리트는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 등 ‘로열패밀리’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 군부 강경파 △강석주 내각 부총리,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등 온건 협상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 총리 등 원로그룹으로 나뉜다.

우선 2인자로 통하는 장성택이 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올라설지가 관심사다. 당 정치국 후보위원인 장성택이 단숨에 당 권력의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올라갈 경우 그의 위세를 단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와병설이 돌고 있는 김경희의 퇴진 여부,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의 공식적인 등장 여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강경파와 협상파의 대결에서는 김정은이 현재까지는 강경파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거리로켓 발사를 강행하기로 한 것이 단적인 예다. 핵심 당직 및 각료 인사에서 이런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지, 아니면 군부를 견제하기 위해 협상파와 원로그룹에 힘을 나눠줄지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 로켓 발사와 강성대국 선포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에 반대하고 있지만 북한이 이를 취소하거나 미룰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은 이미 로켓 추진체를 발사대에 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사가 ‘태양절 축포’라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상 상태가 양호할 경우 15일 이전에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대미를 장식할 태양절에는 ‘강성대국’ 선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한 정권이 대내외적으로 자랑해온 사상, 경제, 군사적 업적을 총동원하면서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공식 선포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사상적으로는 선군사상, 경제적으로는 희천발전소·주체섬유·컴퓨터수치제어(CNC), 군사적으로는 핵보유국·위성발사국임을 강조하며 주민들의 충성심을 유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북한#김정은#장거리로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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