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결과 새누리당은 명실상부한 ‘박근혜당’이 됐다. 친이(친이명박)계는 사실상 소멸의 길에 들어섰다. 올 초 일부 비대위원이 ‘대통령 탈당’을 주장하자 친이계 이재오 장제원 의원이 나서서 강하게 반론을 펼친 것과 같은 모습은 앞으로는 찾아보기 힘들 수도 있다. 여당의 인적 구성이 달라짐에 따라 당청 관계의 근본적인 재설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청와대 잘못할 때는 가차 없이…”
새누리당 관계자는 12일 “다수의 여당 의원은 이제 대선 승리라는 유일 목표를 향해 달려갈 것이고 청와대는 남은 임기의 순조로운 마무리를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며 “양쪽의 목표가 충돌하는 이슈가 발생하면 당청 관계가 크게 삐걱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통상의 정책·법안을 논할 때는 상임위별로 청와대와 협의하면 되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터져 청와대가 당의 대선가도에 방해가 된다면 가차 없이 청와대를 향해 폭격을 퍼부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민간인 사찰’ 의혹이나 지난해 ‘내곡동 사저’ 논란을 예로 들었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사찰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 하야’를 언급할 정도로 각을 세우기도 했다. 또다시 비슷한 사건이 터져 여론이 악화되면 적극적으로 청와대와의 선긋기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5월경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새누리당의 새 대표로 누가 선출되느냐에 따라 당청 관계의 틀이 짜일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강성 친박인 6선의 강창희 의원이 당권을 잡으면 청와대와의 대립을 부각하는 쪽으로 당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내대표로서 현 정부와 일을 해본 적이 있는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당 대표가 되면 타협과 소통을 중시하는 스타일상 청와대에 요구할 건 요구하되 여당과 청와대가 ‘공존’하는 방안을 추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 청, 18대 국회 넘긴 과제 해결 난망
청와대는 임기 말년 정치의 주도권이 국회로 넘어간 현실과 마주한 채 돌파구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 온 법안 중 18대 국회에서 상임위를 통과한 뒤 본회의 처리를 앞둔 게 60건 안팎에 이른다.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는 “19대 국회는 18대와 구성원이 너무 많이 바뀌어 원점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기대는 황우여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5월 초 이전에 임시국회를 열어 국방개혁안, 배출권거래제, 약사법 등 핵심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을 움직이게 할 당근도, 채찍도 없다는 현실에 답답해하고 있다.
또 청와대는 야당이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을 놓고 특검 및 국정조사를 통해 ‘이명박 심판론’을 확산하려 할 때 새누리당이 방패막이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차별화 전략을 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당청 간 적절한 거리두기는 어쩔 수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청와대 측은 “당청이 공개적으로 만나는 일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달곤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통한 비공식 당청 채널은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박 비대위원장에게 ‘총선 승리’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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