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로켓 발사를 강력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하면서 추가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이 있을 때 안보리가 자동으로 개입하는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을 넣었다. 추가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할 경우 사전 협의 없이 곧바로 안보리를 열어 결의안이나 의장성명 등 제재조치를 논의하는 것을 말한다.
2009년 4월 북한의 로켓 발사 때 나온 것과 비교해 보면 여러모로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번 의장 성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9항 ‘트리거’ 조항이다. 김숙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는 “이 조항은 14일 나온 시리아 결의안에도 없는 가장 강력한 표현”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트리거’ 조항을 넣자는 미국의 제안에 처음에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다 결국 토요일인 14일 오후 수용했다. 중국은 트리거 조항 외에도 제재 대상을 넓히는 것까지 미국이 요구한 조항을 거의 100%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외교가는 중국의 이 같은 태도 변화에 대해 “이번 기회에 아예 북한에 치명적인 질병 예방주사를 놓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2006년과 2009년에 이어 이번에도 북한을 설득했지만 실패한 데 대해 실망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게 되면 더는 북한을 비호할 수 있는 어떤 명분도 사라진다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의장성명에 대해 유엔 대표부 관계자는 “결의안 못지않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를 계기로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이른바 ‘게임 체인지(Game Change)’가 일어나고 있다고 워싱턴 외교소식통이 16일(현지 시간) 전했다. 소식통은 “그동안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문제를 의제로 설정한 게임에 이끌려가는 식이었는데 앞으로는 이런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미국에서 최근 북한 인권문제를 부각하고 한국도 북한의 민생문제를 강조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17일 “2·29 북-미 합의는 깨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우리 정부에도 그렇게 이야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당국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한 핵시설 사찰에 대해서도 “북한에 IAEA가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2·29 북-미 합의에 의한 것인 만큼 (합의가 깨진 상황에서) 그것을 계속하는 게 타당성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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