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성추문 시비에 휩싸인 김형태 국회의원 당선자(경북 포항 남-울릉·사진)에 대해 당 윤리위원회를 열어 출당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같은 당내 잡음을 정리한 뒤 5월 중순 전당대회 때까지 숨고르기에 들어가기로 했다. ○ 지도부 일부도 강력 조치 요구
당 핵심 관계자는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르면 18일 당 윤리위를 소집해 출당을 포함해 모든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성추문 논란은 김 당선자 동생(사망)의 부인인 최모 씨가 4·11총선 직전인 이달 초 “2002년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주장하며 김 당선자의 목소리가 포함됐다는 음성파일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김 당선자는 “내 목소리가 아닌 것 같다. 누군가가 짜깁기를 한 것이다. 선거 막판에 돈을 노리고 한 거짓 주장”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새누리당 관계자는 “한 언론 매체가 음성파일을 확인한 결과 김 당선자의 육성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이 문제가 법정 공방으로 가고 있지만 목소리가 확인된 만큼 이제는 방치하거나 용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 언론 매체 보도에 따르면 최 씨가 공개한 음성파일에 나오는 남성의 음성과 김 당선자의 음성이 같은 사람의 목소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음성파일은 김 당선자가 성추행을 인정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매체는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에게 의뢰한 결과 “목의 길이와 연령대, 치아의 움직임을 담아내는 소리 스펙트럼을 비교해봤을 때 공개된 녹취와 김 당선자의 목소리는 동일 인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 편집이나 짜깁기를 한 흔적이 없는 원본파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배 교수도 “92∼94%의 유사도를 보여 두 사람의 목소리는 같은 사람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이처럼 강경 대응에 착수한 것은 박 위원장의 대선 행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걸림돌을 조기에 제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준석 비대위원 등 당 지도부 일부도 이 사안에 대해 신속하고 강경한 처리를 요구했다.
이재오 의원은 16일 밤 트위터에 “노선이 다르거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는 함께 정치를 할 수 있어도 부패한 전력이 있거나 파렴치한 전력이 있는 사람들을 주위에 세워두면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며 “지도자는 그렇게 하면 우선은 편할지 몰라도 대중으로부터 멀어진다”고 강조했다. ○ 박근혜 경선 캠프 5월 말 구성
박 위원장은 8월쯤 예상되는 대선후보 경선을 위해 다음 달 말경 캠프를 꾸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 측 핵심 관계자는 “당분간 공식 일정을 잡기보다는 정국 구상을 할 것”이라며 “비대위원장으로서 총선 때 약속한 가족행복 5대 공약이 제대로 실천되도록 챙기는 작업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공식 행사도 가급적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는 실무진 위주로 조촐하게 꾸릴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친박 진영은 대체로 총선에서 박 위원장의 ‘힘’이 입증된 이상 2007년과 같은 치열한 경쟁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위원장의 외곽 조직은 활동 시기를 늦출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6개 시도에 모든 조직을 구성한 박 위원장 측 외곽 조직 ‘희망포럼’의 관계자는 “경선 때 희망포럼이 본격적으로 나서면 괜히 비박(非朴)을 자극해 당의 화합을 해칠 수 있다”며 “희망포럼에는 새누리당 당원이 아닌 사람도 많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본선에서 적극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희망포럼 외에도 포럼부산비전, 새나라복지포럼 등 전국에는 대선을 대비한 박 위원장 외곽 조직이 많이 형성돼 있다.
한편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이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 후보 경선은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상 총선이 경선을 갈음한 것이 아닌가 한다”며 박 위원장의 대선 후보 확정을 기정사실화한 데 대해서도 비박 세력이 발끈했다. 정몽준 전 대표의 최측근인 안효대 의원은 “박 위원장이 대통령에 이미 당선된 듯이 주변에서 떠드는 것 자체가 새누리당의 대선 필패로 가는 길”이라며 “과거 이회창 총재 시절에 얻은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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