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1총선 당선자들이 줄줄이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문대성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자에 이어 새누리당 정우택 당선자(충북 청주 상당)와 민주통합당 정세균 당선자(서울 종로) 역시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다른 사람의 논문을 무단 전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 18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정우택 당선자가 1992년 미국 하와이대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 ‘X-비효율성 측정: 대만과 한국’은 강명헌 단국대 교수의 1990년 논문 ‘X-비효율성에 대한 소고’, 1988년 출간된 로저 프란츠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의 저서 등 최소한 논문 4건과 저서 1건에서 문장 혹은 문단을 통째로 가져왔다.
동아일보가 확인한 정 당선자의 무단 전재 부분은 총 32곳이었다. 논문 13∼17쪽을 보면 프란츠 교수의 저서 37∼42쪽을 그대로 베끼며 ‘요약했다’고만 표현했다. 도중에 프란츠 교수의 저서 53쪽에서 그대로 가져온 한 문단을 끼워 넣어 ‘짜깁기’를 하기도 했다. 4장 ‘X-비효율성 측정’에서는 강 교수의 논문 9∼12쪽을 그대로 전재했다. 6장 ‘결론’에서도 또 다른 논문의 문단을 통째로 가져온 부분이 있었다.
정 당선자는 “해당 논문을 모두 참고문헌 목록에 포함했다. 일일이 주석을 달지 않았다고 표절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X-비효율성 이론으로 한국과 대만 산업구조를 최초로 비교한 논문으로 학문적 독창성이 인정됐던 연구”라고 말했다.
하지만 참고문헌에 포함했더라도 원문을 그대로 전재할 경우에는 따옴표를 넣고 괄호 안에 주석을 달아 인용 사실을 밝히는 것이 원칙이다. 2008년 발표된 교육인적자원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6단어 이상 연속해서 표현이 같고 인용표시가 없을 경우에는 표절로 본다.
표절 대상이 된 논문의 원저자 프란츠 교수는 e메일을 통해 “내가 체크한 모든 문장이 표절이었다. 명백한 표절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표절 대상 논문을 쓴 강 교수는 정 당선자와 경기고 동문으로 가까운 관계로 알려졌다.
정세균 당선자도 다른 논문을 표절했다. 그가 2004년 경희대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 ‘브랜드이미지가 상품선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정당 이미지와 후보자 이미지의 영향력을 중심으로’는 1991년 이모 씨가 고려대에 석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정치마케팅과 우리나라 정당의 이미지 형성에 관한 실증적 연구’와 1998년 출간된 이종은 남서울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의 저서 ‘정치광고와 선거전략론’을 무단 전재했다.
확인한 결과 정 당선자의 논문 16쪽과 이 교수의 저서 85쪽 중 4문장이 일치했다. 논문 17쪽의 그림은 이 교수 저서 85쪽의 그림 2-3과 동일했다. 정 당선자의 논문 17∼19쪽과 이 교수의 저서 179∼182쪽 중 일부 문장 및 문단이 일치했다. 18쪽에 실은 그림과 이 교수의 저서 180쪽에 나온 흐름도도 유사했다.
이 씨의 논문에서는 주로 이론적 배경 부분을 가져다 썼다. 이 씨의 논문 8, 9쪽과 정 당선자의 논문 13, 14쪽, 이 씨의 논문 27∼33쪽과 정 당선자의 논문 38∼42쪽이 일부 표현을 수정한 것 외에 일치했다. 이 교수의 저서와 이 씨의 논문은 정 당선자의 참고문헌 목록에만 포함돼 있을 뿐 따로 인용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정 당선자 측은 “현 상황에서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정우택 당선자에 대한 성매수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정 당선자가 충북지사로 재직하면서 2008년과 2009년 제주도에서 젊은 경제인과 골프를 치고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에서 술을 마신 뒤 성 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이 포털 사이트에 올라왔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 당선자 측은 “골프를 치고 술을 마신 적은 있지만 성매수 의혹은 터무니없는 흑색선전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린 배후를 밝혀달라고 의뢰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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