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8일 ‘문대성 미스터리’로 소란스러웠다.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인 새누리당 문대성 국회의원 당선자(부산 사하갑)는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당 관계자들은 그가 자진 탈당 의사를 밝힐 걸로 생각했다. 전날 그가 만든 기자회견문의 제목도 ‘새누리당을 잠시 떠나면서’였다.
오후 2시 그가 국회 기자회견장 복도에 들어서자 언론사의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그는 누군가와 휴대전화 통화를 하더니 갑자기 회견장으로 들어서지 않고 곧바로 돌아나갔다. 주변에 있던 몇몇 기자에게 “탈당 안 한다. 국민대에서 (논문 표절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니 그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짤막하게 말한 뒤였다. 기자들이 몰려가자 이내 국회 본관을 빠져나가 잰걸음으로 국회 내 도로에 있던 자동차에 올라탔다. 기자들이 문 당선자의 차를 에워싸고 인터뷰를 요청하자 차에서 내려 도로에서 7분가량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문 당선자는 이 자리에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대 입장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내가) 새누리당과 박 위원장에 반해서 (탈당)하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문 당선자의 석·박사논문은 유사한 주제의 논문에서 일부 문단을 통째로 베끼고, 일부 오타까지 일치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동아일보 취재 결과 학술지에 게재한 일부 논문도 표절했거나 제자의 논문을 자신의 연구 성과인 것처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문 당선자의 박사논문이 표절이 아닌 대필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스포츠 평론가 최동호 씨는 이날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원저자는 동아대 김모 교수”라고 주장했다. 최 씨는 “문 당선자가 최소한 김 교수의 문서파일을 갖고 있었든지 아니면 김 교수가 자기가 쓴 논문을 가지고 대필을 해줬을 것”이라며 “2006년 김 교수가 동창 모임에 나가 ‘문대성 교수의 논문을 대신 써주고 교수에 취임됐다’고 말한 것을 그 모임 참석자로부터 제보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사실무근”이라며 최 씨를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 [채널A 영상]논문 조사위원 “진중권의 지적이 거의 팩트에 가깝다” ▼ 與대변인 “文, 박근혜 팔지 말고 책임있는 행동 하길” ▼
문 당선자는 오타까지 똑같은 이유에 대해 “(컴퓨터) 타자를 틀릴 수도 있고, 운동하다 보면 그럴 수 있는 부분 아니냐”면서 “다소 오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통합당 정세균 의원을 끌어들여 강하게 항변하기도 했다. 그는 “내 논문이 표절이라고 하는데, 정세균 의원의 논문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분이 (탈당)하면 나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2004년 제출된 정 의원의 박사논문이 다른 석사논문과 15쪽가량 일치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 당선자의 탈당 번복과 기자회견 일방 취소는 많은 뒷말을 낳았다. 그가 18일 배포한 기자회견문에는 탈당 부분이 사라지고 동아대 교수직 사임만이 담겨 있었다. 문 당선자를 국회의원 후보로 추천한 현기환 의원은 “오늘 오전까지도 탈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오후 1시 40분경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탈당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그 뒤로 문 당선자와 연락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논문 표절 시비는 대학에서 판단해 가릴 문제이지만, 당은 문 당선자의 처신과 관련된 문제를 윤리위로 넘겨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문 당선자는 자신의 논문 표절 논란과 관련해 박 위원장을 팔지 말고 스스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정세균 때리기’는 당내 의견교환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문 당선자에 앞서 이날 오전 이대변인도 기자들이 문 당선자의 거취 문제에 대해 질문하자 “정세균 의원 것과 비교해 보라. 정 의원은 대선후보 나갈 사람이고 당 대표를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을 끌어들여 문 당선자 파문을 희석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사망한 동생의 부인 성추행 의혹을 받는 새누리당 김형태 당선자(경북 포항 남-울릉)는 “당과 박 위원장에게 누를 끼치지 않겠다”며 탈당했다. 탈당해도 당선자 신분은 바뀌지 않는다. 김 당선자는 당초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려 했으나 보도자료만 배포한 채 회견장에 나오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김 당선자의 기자회견이 당의 이미지를 떨어뜨릴 것을 우려해 기자회견장 벽에 있는 새누리당 로고 등이 보이지 않도록 커튼을 치기도 했다.
이날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박 위원장이 책임지고 두 사람의 당선자 자격 사퇴를 권고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당선자 신분에서는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다른 제재 방법이 없다. 국회법에 따라 징계하려면 의원 신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에 기소돼 금고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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