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낙선’ 이정현-김부겸 의원 “선거 끝나고도 끊임없는 격려… 지역주의 탈피 강한 민심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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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1일 03시 00분


총선 적지에서 ‘의미있는 낙선’ 이정현-김부겸 의원 채널A 인터뷰

4·11총선에서 ‘적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새누리당 이정현(오른쪽), 민주통합당 김부겸 의원이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채널A 오픈스튜디오에서 ‘대담한 인터뷰’ 녹화에 앞서 활짝 웃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4·11총선에서 ‘적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새누리당 이정현(오른쪽), 민주통합당 김부겸 의원이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채널A 오픈스튜디오에서 ‘대담한 인터뷰’ 녹화에 앞서 활짝 웃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선거 때 ‘이제 기분 좋은 변화가 시작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붙였더니 시민들이 ‘왜 호남 사람이 대구까지 와?’라고 묻더군요. 시간이 좀 지나 제가 대구 출신인 걸 알자 ‘사람은 멀쩡한데 왜 민주당에 있지?’라고 합디다. 그만큼 대구에서 ‘민주당은 호남 당’이란 인식을 바꾸기가 어려웠습니다.”(김부겸 민주통합당 의원)

“영남과 호남, 둘 다 일당의 싹쓸이지만 결과는 다릅니다. 영남 싹쓸이는 여당 싹쓸이고 호남 싹쓸이는 야당 싹쓸이예요. 즉 지역발전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출근시간에 발을 밟히면 밟은 사람은 잊어도 밟힌 사람은 불쾌한 감정이 잊히지 않습니다. 호남 사람들의 심정이 바로 그렇고 뿌리가 깊습니다.”(이정현 새누리당 의원)

동아일보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의 ‘대담한 인터뷰’(진행 배인준 동아일보 주필)에 ‘불가능해 보인 도전’ 결과 낙선했지만 국민의 신뢰는 더욱 두터워진 김, 이 의원이 20일 출연해 프로그램을 녹화했다. 두 의원은 각각 대구 수성갑과 광주 서을에서 40.4%, 39.7%라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비록 두 의원 모두 낙선했지만 모두들 깜짝 놀라는 득표율이었다. 이를 두고 ‘지고도 이겼다’는 얘기가 많다.

두 의원은 “여전히 뿌리 깊은 지역주의를 절감했다”면서도 “이젠 변해야 한다는 강한 민심을 실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 의원은 “지역주의에서 탈피하려는 시민들의 욕구가 강렬했다. 4년 전 18대 총선에선 대구 12개 선거구 가운데 민주당 후보는 2명만 나왔다. 민주당의 평균 정당득표율은 3, 4%에 불과했다. 이번엔 10명의 후보가 나와 득표율이 17%였다. 경쟁을 시켜야 활로가 생긴다는 절박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를 다시 발견했다. 지방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걸 정치인들이 모르면서 국민을 위한다고 떠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의원은 선거운동 때 “정당은 프로야구단과 다르다. 삼성 라이온즈는 계속 사랑해도 정당은 골고루 사랑해줘야 여러분과 아이들의 미래가 열린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8년 전 17대 총선에서 제가 얻은 표가 720표, 0.65%였다. 하지만 이번엔 40%에 육박했다. 그 자체가 지역주의를 깨려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는 “27년간 민주당 일색 지배체제가 계속된 것에 대해 지역민들이 ‘변화가 필요하다’고 깨달았다. 유권자들은 비록 민주당을 사랑하더라도, 민주당을 정신 차리게 해 유권자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선거가 끝나고도 끊임없이 격려해주는 예상치 못한 주민들의 반응은 아무리 생각해도 감격이고 감동”이라며 뿌듯해했다.

이 의원은 ‘새누리당 일각에서 호남을 버리고 가자는 얘기가 있다는데 사실인가’라는 질문에 “호남 홀대는 집권 전략이 돼서도 안 되고 집권 후에도 그런 인식을 갖는다면 시작부터 실패다. 그런 정권은 탄생해서도 안 된다고 단호하고 분명하게 말하겠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두 의원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4·11총선 전 광주와 대구에서 강연할 때 접촉설이 있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안 원장 명예를 위해서도 분명히 말한다. 안 원장 측에서 어떤 제안도 받은 적 없다. 안 원장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건 그분에게 누를 끼치는 것이며 내 자존심상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도 “안 교수 측이 아니라 우리를 걱정하는 분들이 한 번 만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당장 표가 급하다고 이벤트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시대의 존경받는 안 원장을 출마자가 이용하겠다는 건 낯 뜨거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한편 김 의원은 총선 결과에 대해 “민주당의 패배가 맞다. 현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투표로 이어지게 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대한민국이 다음에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제시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야권연대로 여야 구도를 일대일로만 만들면 국민이 표를 줄 거라는 가장 단순하고 감동 없는 전략이었다. 중간층의 국민이 확신을 가질 전망 없이 야권연대만으로 이길 수 없다”고도 했다. 또 “반면에 새누리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현 정부와 차별성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한쪽(민주당)은 내일에 대한 그림이 없고 다른 한쪽(새누리당)은 내일에 대한 그림을 갖고 나와 지난 과거를 반성한다고 했으니 우리가 분명히 국민 설득에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선거에서 이겼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총선에서 이기고 지고는 없다. 불과 3개월 반 전만 해도 집권여당으로서 가장 치욕스럽고 부끄럽게도 비상체제를 구축해 벼랑 끝에 있었다”며 “민심에 외면당한 뒤 민생에 다가가겠다며 사력을 다해 ‘마지막으로 기회를 달라’고 애걸복걸해 얻어낸 결과이기 때문에 다수 의석을 얻었다고 이겼다고 말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두 의원의 인터뷰는 4월 22일(일요일) 오전 8시에 방송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4·11총선#지역주의#이정현-김부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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