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끈 국방개혁법안 정족수 미달로 처리 무산
2015년 전작권 전환 앞두고 軍지휘구조 개편 큰 차질
텅 빈 국방위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장의 야당 의원들 자리가 모두 비어 있다. 반면 회의장 뒤쪽에 김관진 장관 등 국방부 관계자들은 빼곡히 앉아 있다. 이날 국방위에선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국방개혁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 온 국방개혁법안의 18대 국회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어 국방개혁법안 처리를 시도하려 했지만 소속 의원 17명 중 6명(의결정족수는 9명)만이 출석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처리를 못한 채 산회했다.
이날 회의는 국방개혁법안 처리를 상임위 차원에서 논의하기 위한 18대 국회의 마지막 자리였다. 그만큼 언론의 관심도 컸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정부 입법으로 발의된 이래 11개월 동안 숱한 찬반 논쟁을 일으켰던 국방개혁법안은 이처럼 의결정족수 미달로 허무하게 ‘폐기의 길’을 걷게 됐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회의 참석을 보이콧했다. 민주당은 간사인 신학용 의원을 비롯해 박상천 정세균 서종표 안규백 의원 등 5명이 전원 불참했다. 신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직권상정을 폐지하자는 법안(국회선진화법)까지 내놓은 상황에서 국방개혁법안을 단독으로 안건에 포함시킨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면서 “만약 민주당 의원 5명이 모두 출석하면 새누리당이 쇼를 하는 데 들러리 서는 것밖에 안 된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4·11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낙선한 일부 의원도 불참했다. 국방위는 소속 의원의 3분의 2에 이르는 11명이 불출마하거나 낙선한 상태. 자유선진당 심대평, 무소속 이진삼 정미경, 새누리당 홍준표 김학송 송영선 의원 등이다. 새누리당 송 의원은 오전 공청회엔 참석했으나 정작 오후 법안처리를 해야 할 땐 자리를 떴다. 원유철 국방위원장과 정의화 유승민 김동성 김옥이 김장수 의원 등 6명만 회의에 참석한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방위에 참석한 군 관계자들은 “혹시 9명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일말의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곧 의사정족수(4명)조차 충족시키지 못해 전체회의와 함께 예정됐던 군공항이전법안 관련 공청회도 열지 못할 상황이 되자 낙담한 표정이었다. 이때 새누리당 간사인 김동성 의원의 휴대전화에선 “불참한다”는 민주당 간사 신학용 의원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흘러나왔다. 40분을 기다려도 대부분의 의원은 나타나지 않았고 가까스로 4명이 참석해 공청회가 열렸다.
그러나 곧바로 김동성 송영선 의원이 자리를 뜨는 바람에 원 위원장과 유승민 의원 둘만 참석한 공청회는 썰렁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법안심사를 위한 오후 회의 때도 의원이 6명밖에 모이지 않자 원 위원장은 “직접 야당 의원님들께 (참석을 독려하기 위해) 전화를 하겠다”면서 다시 정회를 거듭했다. ▼ 민주 “들러리 못 서” 보이콧… 與등 일부 낙선 의원 불참 ▼
국방개혁법안은 각 군 참모총장에게 해당 군에 대한 작전지휘권(군령권)을 부여하는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핵심으로 하고 있으며 총 5개의 관련 법률이 있다.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이 2015년 12월 한국군으로 전환된 뒤를 대비하기 위해 미리 변화된 군 조직에 대한 검증연습을 해야 한다며 18대 국회에서 반드시 국방개혁법안을 처리해 달라고 국회에 요구해왔다. 정부는 작전지휘권을 각 군 참모총장에게 나눠주면 작전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논리를 펴 왔다. 그러나 야당을 중심으로 한 국방위원들은 각 군 참모총장이 자군 위주의 작전을 펼치게 돼 합동작전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로 강력히 반대했다.
국방개혁법안의 처리가 끝내 불발되자 김 장관을 비롯한 군 당국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않았다. 김 장관은 “이미 국회 상황이 (법안 통과가)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18대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을 진짜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개혁은 안보에 대단히 중요하고 아무리 어렵더라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며 “19대 국회가 들어서면 국방개혁안의 입법 작업에 곧바로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장관 등 모든 당국자가 한 가닥 기대를 걸고 하루 종일 국방위를 지켰는데 의원정족수 미달로 표결에 부치지도 못한 채 개혁법안이 폐기됐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전날(19일)까지 장관을 비롯해 모든 군 당국자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여야 의원과 당직자들을 ‘맨투맨’으로 설득하며 개혁법안 처리를 호소했는데 물거품이 됐다”고 토로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