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금품수수 의혹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운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최 전 위원장은 물론이고 이 대통령 친형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이름도 오르내리면서 MB정부 탄생의 중심축이 내려앉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잇단 측근 비리와 민간인 사찰 은폐사건 논란에 휩싸이면서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에 빠져들어 갔다. 하지만 4·11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뒤 이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 최선을 다한다”며 민생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시점에 이 사건이 터지자 청와대 참모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한 참모는 23일 “오늘 뉴스를 듣고 여당이 총선에서 패배했다면 느꼈을 기분이 이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그동안 “적어도 나는 대선 과정에서 대기업에 손 벌린 적이 없는 첫 대통령”이라며 자신은 ‘대선=돈 선거’라는 과거의 관행을 끊었다고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도덕성에도 적지 않은 흠집이 갈 수도 있다.
여권에서는 이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법에 따른 처리”를 강조하며 분명히 선을 그은 것에 대해 당연한 수순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박 위원장의 ‘청와대와 거리 두기’가 빨라지면서 청와대가 기대하던 당청 간 ‘물밑 협업’ 구상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최 전 위원장이 “고향 후배에게서 받은 돈을 대선 때 여론조사 등에 썼다”고 말함에 따라 검찰 수사가 현 정부의 2007년 대선자금으로 확대될 경우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권 전체가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당내에선 “비리는 친이(친이명박) 핵심에서 저지르고 그 부담은 박 위원장이 다 짊어지게 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다만 새누리당 핵심 인사는 “2002년 대선 때도 한나라당이 김대중 대통령 일가의 비리를 공격했지만 ‘새로운 정치’를 말한 노무현 후보에게 지고 말았다”며 “초대형 악재를 만났지만 새누리당도 단호한 차별화를 통해 미래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일 대변인이 논평에서 검찰에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변인은 “검찰은 단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검찰 수사 이후에도 궁금증을 남겨 결국 특검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야당은 “최시중 게이트의 본질은 불법 대선자금 사건”이라며 맹공세를 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검찰에 제대로 ‘몸통’을 잡아낼 것을 주문하며 “그래야 지난 4년간 국민의 조롱과 비판 대상이었던 검찰의 불명예를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박 대변인은 청와대에도 “하루 속히 사건의 진상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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