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측이 2007년 옛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역대 대선 후보들처럼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사용했다는 구체적인 물증이나 진술은 아직 나온 적이 없다. 이 대통령은 대선이 끝난 후 경선비용으로 21억8098만 원을, 대선비용으로 372억4900만 원을 썼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법정 선거비용 상한액인 465억9300만 원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썼다는 것이다. 선대위는 회계보고서를 검토해 오류, 이중청구 등을 제외한 348억 원을 선거비용으로 인정해 보전해줬다. 이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쓴 선거자금은 100% 보전해주는 정치자금법에 따른 것이다.
‘본선보다 더 치열했다’는 얘기를 들은 당내 경선에서도 이 대통령은 경선기간 후원회 모금으로 18억888만 원을 모으고, 맏형인 이상은 씨에게서 빌린 3억4200만 원 등으로 나머지 경선비용을 충당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대통령은 “정말 돈을 법적 한계 내에서 쓸 것”이라며 “400억 원 밑으로 선거비용을 쓰라”고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불법 선거자금을 모은 것이 밝혀져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쓴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외형적으로 이명박 캠프는 선관위의 보조금과 특별당비 등 합법적인 자금에 의존해 선거를 치른 것으로 돼 있다. 선거 기간에 국고에서 112억 원의 선거보조금을 받았고, 제2금융권에서 250억 원을 차입했다가 선거가 끝난 후 국고 보전을 받아 갚았다.
대선자금 조달에 대해 2009년 5월 최시중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이 미국 방문 중 워싱턴 주재 언론 특파원들에게 “이 대통령이 완벽하게 합법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대 어느 대선보다 돈 적게 드는 선거운동을 했다고는 할 수 있다. 우리는 100대그룹으로부터 진짜 단돈 1만 원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듣기에 따라 100대 그룹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의 돈은 받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어떤 기업에서도 기부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
이명박 캠프 핵심 관계자는 “공식자금 외에 기업들로부터 모금을 해서 각 지구당에 내려보내고 조직을 가동하는 등의 ‘대선자금’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고 말했다. 공식자금 관리는 김백준 전 대통령총무수석비서관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경선-본선을 위해 캠프를 운영하자면 공식비용 외의 ‘가욋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수백 명이 일하는 대선 캠프를 운영하다 보면 선관위에서 선거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각종 경비가 생긴다. 이명박 캠프의 경우 ‘원로’ 인사들이 이를 ‘십시일반’으로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 최 전 위원장, 이 대통령과 고려대 상대 동기인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이 ‘개인 돈’을 쓰거나 내놓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 캠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이 돈이 순수한 사재가 아니라 어디선가 받은 돈이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5년마다 반복되는 대선자금의 악몽이 이번에도 재연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2002년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한나라당은 800억 원, 민주당은 100억 원이 넘는 불법 자금을 모은 것으로 밝혀졌다. 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사법처리 되지는 않았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의 안희정 충남지사, 이상수 전 의원 등과 이 후보 측의 서청원 전 대표, 김영일 전 사무총장 등 측근들이 대거 처벌을 받았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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