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왜곡된 얘기로 黨 해쳐”… 내홍 조장에 작심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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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6일 03시 00분


종이 대신 팔뚝 대전충남총선공약 이행 실천본부 출범식 참석차 25일 대전을 방문한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전 문창시장에 들러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다 팔뚝에 사인을 해달라는 한 여성에게 웃으며 사인을 해주고 있다. 대전=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종이 대신 팔뚝 대전충남총선공약 이행 실천본부 출범식 참석차 25일 대전을 방문한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전 문창시장에 들러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다 팔뚝에 사인을 해달라는 한 여성에게 웃으며 사인을 해주고 있다. 대전=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이후 당내에서 불거진 친박(친박근혜)계의 권력 전횡 논란과 관련해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박 위원장은 25일 충북 청주시에서 열린 충북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 참석 후 기자들을 만나 “새누리당이 총선 직후 당의 존폐 문제를 걱정할 정도로 극심한 위기상황”이라며 “온통 정쟁 얘기로 민생 얘기는 당에서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선이 끝나자마자 우리 당이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면 당은 자멸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박 위원장의 작심 발언을 촉발한 것은 이른바 ‘최재오’(최경환 의원을 18대 총선 당시 공천을 주도한 이재오 의원에 빗댄 말) 논란 및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에서 돌고 있는 ‘친박 지도부 내정설’이었다. 친박계 실세들이 4·11총선 공천 작업을 주무른 데 이어 차기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소문과 함께 친박계 위주로 구성된 ‘지도부 내정자 명단’이 나돈 것. 이에 비박(非朴·비박근혜) 진영의 반발이 이어지며 당은 사분오열 조짐을 보였다.

박 위원장은 “뒤에서 계속 언론플레이를 하고, ‘뭐가 어떻게 짜여 있느니’ 하는 있지도 않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 당을 흐리게 만들고 국민이 ‘정치권이 또 저 짓을 하느냐’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당을 해치는 일”이라고 강한 표현으로 비판했다. 평상시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이날은 격앙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민생 외면을 말하는 대목에선 말이 빨라지고 입술이 떨리기도 했다.

박 위원장이 이례적인 강경 발언을 쏟아내자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소문을 퍼뜨린 이들에 대한 비판인지, 친박계 내부에 대한 경고인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친박 권력 사유화’ ‘지도부 라인업’ 등의 얘기를 지어내 내홍을 조장한 인사들을 향한 경고라는 데 대체적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박 위원장은 이날 두 차례나 ‘언론플레이’라는 용어를 쓰며 “사실이 아닌 왜곡된 일을 지어내 (그게) 당을 떠돌아다니고,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친박 지도부 내정설’을 실체가 없는 ‘악성 루머’라고 규정한 것이다. 또 당내 몇몇 인사가 박 위원장과 주변 인사들을 음해하기 위해 일부러 언론에 퍼뜨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친박계 권력 전횡 논란의 중심에 선 최경환 의원에 대한 방어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동시에 총선 직후 수면으로 드러난 친박계 내부의 견제와 알력에 대해 제동을 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인사는 “박 위원장은 친박계 내부의 주도권 다툼 양상으로 당내 다른 세력에 공격 빌미를 준 데 대한 불쾌감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경고 속에 차기 원내대표로 유력시돼 온 서병수 의원은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서 의원은 “새누리당의 이념인 민생을 실천하려면 당의 화합과 단결이 우선돼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내정되었느니 운운하는 루머가 나도는 상황에서 사실관계를 떠나 불필요한 논란으로 당과 국민께 누를 끼쳐선 안 된다는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 등 비박 진영 대권주자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당 관계자들은 박 위원장이 비판한 ‘정쟁’에는 비박 진영의 대선 경선 룰 개정 요구 등도 포함돼 있다고 본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청주=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박근혜#친박 논란#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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