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상근 목사 등 야권 원로들이 민주통합당의 차기 당대표, 원내대표 선출과 관련해 “이해찬 상임고문이 당대표를, 박지원 최고위원이 원내대표를 맡아 정권교체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야권 원로 21명이 참여하는 ‘희망 2013, 승리 2012 원탁회의’는 이번 주 초 서울시내 모처에서 이 고문과 문재인 상임고문 등 민주당 고위인사들을 만나 “당이 친노(친노무현)니 비노(비노무현)니 하며 쪼개지고 있다. 어떻게든 분란을 막아야 한다”며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친노그룹 좌장 격인 이 고문과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을 대변하는 박 최고위원이 차기 당권을 놓고 경쟁하는 대신 당대표와 원내대표로 역할을 분담해 당을 이끌면서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내 의원들에게는 “경선 없이 두 사람을 추대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나 다름없다.
원탁회의는 지난해 7월 백 교수와 김 목사 등이 ‘2012년에 선거에서 이겨 2013년에 정권을 교체하자’며 만든 단체로, 이 고문과 문 상임고문 등도 참여했다.
이 고문 측은 원로들의 제안을 반기는 눈치다. 친노그룹은 애초부터 이 고문이 당대표를 맡아야 친노 인사를 당의 대선후보로 띄우기가 수월해진다는 생각이었다. 이 고문은 25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박 최고위원을 만나 원로들의 역할분담론을 수용하자는 뜻을 밝혔다. 친노그룹은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원로들의 제안을 공개하고 박 최고위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추대하자는 내용의 서명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박 최고위원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원로들과 이 고문의 제안을 받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당이 친노-비노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호남지역과 옛 민주계를 대표하는 박 최고위원이 이 제안을 수용할 경우 당은 총선 패배 분위기에서 벗어나 화학적 결합을 향한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원로들의 돌발 제안으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판도는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25일 현재로는 이날 출마를 선언한 유인태 당선자(19대 국회 기준 3선)와 이낙연(4선), 전병헌, 박기춘 의원(이상 3선) 등 4파전이다. 그러나 박 최고위원이 원로 및 이 고문과 역할분담론에 동의해 출마한다면 그의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 최고위원의 지원을 업고 있는 박 의원은 “박 최고위원이 출마할 경우 사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의원은 “담합이다. 끝까지 완주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선 등록 마감일은 2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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