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올해 2학기부터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하지 않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안 원장이 연말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융기원)에 따르면 안 원장은 지난달 30일까지였던 제2학기 개설교과목 신청기간에 석·박사학위 논문을 지도하는 ‘대학원 논문연구’만 신청했다. 안 원장은 올해 1학기에는 ‘기업가적 사고방식’과 ‘대학원 논문연구’ 두 과목을 맡고 있다.
서울대 규정상 일반 교수는 한 학기에 9학점 이상 강의를 해야 하지만 대학원장처럼 보직을 맡으면 강의 학점 감면이 가능하다. 서울대 관계자는 “다음 학기에 강의를 할지 여부를 사전에 학교 측과 상의하지는 않았다”며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기보다는 2학기 때 선거 때문에 바빠지면 수업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 염려돼 강의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원장은 이런 관측을 부인했다. 안 원장은 이날 오후 1시 반부터 오후 4시 반까지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기업가적 사고방식’ 강의를 마치고 나오며 기자들과 만나 “대학원장은 원래 수업하는 거 아닌데 (이번 학기에) 한 거다. 다음 학기에도 논문지도 수업이 남아 있다”며 “(대선 출마 관련해서는) 언론에서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도 “학생들의 요청이 잇달아 이번 학기에 특별히 강의를 개설한 것”이라며 “현재까지 정치 참여에 대한 입장이 달라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서울대 측은 안 원장의 행보에 잔뜩 신경이 쓰이는 분위기다. 서울대 고위 관계자는 “융기원은 대학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이라며 “신생 대학원 정착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안 원장을 설득했고 안 원장도 이에 공감해 KAIST에서 서울대로 옮겼던 것인데, 정치적인 문제에 학교가 자꾸 언급돼 난감하다”고 말했다.
융기원은 2009년 3월 설립됐고, 안 원장은 2대 원장으로 2011년 6월 취임했다. 의사 출신으로 기업가이자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안 원장의 경력이 융기원 설립 취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줘 당시 오연천 총장이 직접 나서 안 원장을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안 원장의 향후 행보를 놓고 정치권의 시각도 엇갈린다. 안 원장과 가깝다고 알려진 민주통합당의 한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는 “지난해에도 안 원장이 강의를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강의 신청을 안 한 것만 놓고 대선 출마 결심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이해찬 상임고문과 박지원 최고위원이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나눠 맡는 것을 지지한 문재인 상임고문이 거센 당내 비판에 직면하면서 ‘안철수 대안론’이 더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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