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이해찬-박지원 연대’가 극심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이해찬 상임고문이 당 대표를, 박지원 최고위원이 원내대표를 나눠 맡는다는 합의가 이뤄진 데 대해 “구태정치”란 비판과 함께 “짝퉁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이란 냉소도 나오고 있다. 충청 출신인 이 고문이 JP를, 호남 출신인 박 최고위원이 DJ를 어설프게 흉내 내고 있다는 것이다.
27일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연대는 가치 연대여야지 권력 연대여선 곤란하다”며 “당이 경제민주화를 얘기하고 있는데 초국적 기업에 맞서 삼성과 현대가 손을 잡았다고 하자. 이게 어떻게 비칠지 상상해보자. 사람들의 눈에는 불공정 거래, 독과점의 담합 구조가 등장한 것으로 비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은 1997년의 ‘호남+충청’ 지역연합(DJP연합)도, 2002년의 영남후보론도 넘어서야 한다”며 “똑같은 인물과 구도의 반복으로는 12월 대선 승리의 길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희망 2013·승리 2012 원탁회의’ 멤버인 남윤인순 최고위원도 “개탄스럽다. 당내 민주주의 훼손이다. 정해진 구도를 강요하는 것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6월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고심 중인 김한길 당선자는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 패배의 중요한 원인이 계파공천이다. 총선 패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고자 하는데 당 대표와 원내대표라는 가장 높은 자리 둘을 계파 밀실합의로 나눠 갖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원내대표 경선 후보들도 가시 돋친 공격을 퍼부었다.
이낙연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누리당에만 비박(非朴·비박근혜)연대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노(친노무현)그룹과 손잡은 박 최고위원을 제외한 세 후보의 연대를 시사한 것이다. 그는 “직간접으로 통화한 결과 전병헌 의원, 유인태 당선자도 연대에 이의가 없다. 두 분(이해찬 박지원)의 구상대로 되리란 보장이 없다”고 경고했다. 이 의원은 “권노갑 상임고문,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 등과 조찬을 함께했는데 현 상황에 대해 ‘대의가 아니다’란 말을 전해 들었다. 원탁회의의 뜻이란 것도 사실이 아니라는 정황이 나왔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경선은 127명의 19대 국회의원 당선자가 투표권을 갖는다. 1차 투표에서 64표를 넘기는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러야 하는데 후보가 4명이어서 1차에서 승부를 내기는 쉽지 않다. 이 의원은 결선투표에서 세 후보가 연합해 박 최고위원을 꺾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전 의원은 MBN에 출연해 “박 최고위원은 심각한 정치적, 도덕적 하자가 있는 후보”라고 비판했다. 그는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할 최고지도부 중 한 사람인 박 최고위원이 원내대표가 돼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맡겠다고 나서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박연대 가능성과 관련해 “자연스럽게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호남지역 의원 상당수도 ‘이해찬-박지원 연대’에 비판적이다. 연합뉴스가 호남지역 당선자 27명 중 20명과 통화한 결과 찬성은 4명뿐이었다. 반대는 9명, 중립은 3명, 응답 거부는 4명이었다.
박 최고위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내대표 출마와 관련해 “‘친노 대 비노’ ‘호남 대 비호남’의 구도를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란 반성 아래서 이 고문과 합의를 도출했다”고 주장했다. 원내대표가 될 경우 문재인 상임고문이라는 특정 대선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대해선 “최근 손학규 상임고문을 만나 악수만 했지 손은 잡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문(문재인)을 만났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진 않았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