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7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조사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당초 파이시티 시행사 이정배 전 대표가 박 전 차관에게 전달했다는 ‘10억 원’의 행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008년 1월 EA디자인 이동율 사장이 ‘박 전 차관의 아파트 구입비용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해 계열사를 통해 10억 원을 이 사장 계좌로 보냈다”면서도 “이 돈을 다시 돌려받았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이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 돈은 내가 정당한 사업 대가로 받아 개인적 용도로 썼다”고 진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비 명목으로 건네진 돈을 놓고 실제 공여자는 “돌려받았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중간 전달자는 “내가 썼다”고 말하는 이상한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검찰도 당초 이 부분에 주목하고 수사를 진행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단 박 전 차관이 2007년 4월 서울 용산구 신계동 재개발 주택과 용지를 매입한 것이 이 돈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전 대표가 이 사장의 관련 계좌로 보낸 11억여 원과는 달리 계열사의 자금이 동원된 데다 이 사장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점도 검찰의 의심을 샀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이 사장의 진술과 관련 계좌추적 결과 (박 전 차관에게 전달되지 않고) 이 사장의 두 자녀 전세자금 등에 사용된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심스러운 정황은 보이지만 뚜렷한 혐의가 포착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배달사고’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 전 대표가 “2005년 서울시 정무국장을 지내던 박 전 차관에게 이 사장을 통해 2000만∼3000만 원을 건넸다. 2007년 이후에도 매달 1000만∼2000만 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