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사진)이 2일 비박(비박근혜) 후보들의 대선 출마에 대해 “대선후보 경선을 희화화하고 있다”며 “제거를 하실 분들은 제거를 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제거’는 대선 출마 선언을 자진 철회하라는 의미로 쓴 단어이나, 친박의 입장에서 너무 고압적인 표현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날 이 비대위원의 발언을 두고 친박(친박근혜) 진영에서조차 “너무 나갔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일각에선 친박 진영의 반격이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 비대위원은 이날 PBC라디오에 출연해 “지지율 1∼2%, 심지어 그것도 안 되는 분들이 저마다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경선에 나가겠다는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 우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에 대해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장본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에 대해선 “실패한 청와대의 실장” 등을 이유로 출마 자격을 문제 삼기도 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이재오 의원에 대해서는 “한때 민중당인지 뭔지를 했던 사람들로, 실패한 이명박 정권의 한 축을 이뤘다”며 “자신들이 걸어온 길을 반성해야 할 분들이 대선후보가 되겠다는 현상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통합당 소속 김두관 경남도지사를 두고는 “(걸어온 길이)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이기 때문에 훌륭한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비대위원의 발언이 알려진 뒤 정몽준 전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기본적으로 예의가 없는 분”이라며 “그분을 따로 만난 적은 없지만 여러 가지 행동을 보면 정상적인 사고력이 없는 분이라고 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대선 운동은 이제 시작이고 여태 누가 인기가 높았다, 낮았다 하는 것은 ‘어제 내린 비’”라고 반박했다.
김문수 지사 측 차명진 의원도 “이 비대위원은 2012년에 유신시절 얘기를 하고 있다”며 “새누리당 비대위가 5·16군사정변 이후 구성된 ‘국가재건최고회의’였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친박계 핵심 관계자도 “가뜩이나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됐다며 비판받는 상황에서 이 비대위원이 박 위원장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을 왜 자꾸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비대위원은 ‘발언이 너무 센 것 아니냐’는 동아일보 기자의 질문에 “해당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최근 바뀌어 다른 언론에서 인터뷰 내용을 많이 인용하라고 그랬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비대위원은 지난달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선후보 추대론’을 주장했다가 친박 진영에서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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