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동율 EA디자인 사장에게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에게 수천만 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함에 따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강 전 실장’으로 이어지는 ‘삼각 커넥션’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최측근이 역대 최대 규모 시행사업인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에 함께 연루된 셈이다. ○ ‘최→박→강’이 로비라인
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이 사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2007년 하반기(7∼12월) 박 전 차관이 강 전 실장을 소개해 줬다”고 진술했다. 박 전 차관이 두 사람을 서로 소개해준 시기는 그가 강 전 실장에게 “파이시티 인허가 사업이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전화를 건 직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를 떠난 뒤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위해 대선캠프와 ‘선진국민연대’에서 뛰고 있던 박 전 차관으로선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오른팔’로 파이시티 인허가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강 전 실장을 연결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상득 의원과 오 시장의 의원 시절 보좌관으로 처음 친분을 쌓은 두 사람은 2006년 6월 퇴임하는 서울시장의 ‘오른팔’과 새로 당선된 서울시장의 ‘오른팔’로 다시 만났다. 이들은 서울시장 정무라인의 인수인계 논의를 하며 가까워졌다. 2009년 박 전 차관이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일할 때는 강 전 실장을 자주 불러 식사를 함께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실장은 박 전 차관을 ‘영준이 형’이라고 불렀다.
박 전 차관이 이 사장에게 강 전 실장을 소개한 것은 최 전 위원장이 박 전 차관을 소개한 구도와 비슷하다. 이 의원의 친구인 최 전 위원장은 가장 믿을만한 서울시 관계자인 박 전 실장을 오랜 지인인 이 사장과 연결해 줬다. 다만 이들 네 사람이 같이 만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끈끈한 ‘삼각 커넥션’이 파이시티 인허가에 개입했지만 결국 세 사람을 상대로 한 로비는 실패로 끝났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들이 책임소재는 서로 미루면서 로비 대가로 돈만 받아 챙긴 셈”이라고 평가했다. ○ 옛 ‘대우가족’ 인연도 한몫
이번 사건에는 옛 ‘대우가족’들도 줄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로비자금의 원천이었던 파이시티 시행사 이정배 전 대표는 대우건설 출신이다. 이 전 대표는 1999년 서울 영등포구 OB맥주 공장 터를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개발하는 시행사업에 성공하면서 업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전 대표가 건넨 돈을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 등에게 전달한 이 사장도 대우건설 출신이다.
박 전 차관도 대우그룹 공채 출신이다. 박 전 차관은 대우인터내셔널의 전신인 ㈜대우에 입사해 기획조정실 전략팀장을 거치는 등 9년가량 근무하다 1994년 이 의원의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때문에 최 전 위원장의 소개로 박 전 차관이 이 사장을 만나 친분을 쌓는 데도 대우 출신이라는 인연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옛 대우그룹에 대한 향수(鄕愁)가 큰 선후배들이 끈끈하게 도와주다 권력형 사건으로 커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번 사건의 수사 실마리도 대우전자 판매본부장을 거친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에 대한 4000억 원대 금융범죄 수사에서 나왔다. 이 사장은 같은 대우출신인 선 전 회장과의 인연으로 하이마트 매장의 인테리어 공사를 수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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