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까겠다’ 발언, 사실로 드러나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5일 03시 00분


‘조현오 파일’ 실체 존재한다면 대선판 전체 흔들 ‘뇌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3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에 대해 검찰에서 진술하겠다”고 밝히면서 12월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 ‘조현오 파일’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조 전 청장이 검찰에서 ‘노무현 차명계좌’의 객관적 근거를 제시한다면 야권의 대선 후보 구도는 물론이고 대선판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유력 대선 주자로 부상시키면서 야권의 주도권을 잡은 친노(친노무현) 세력으로선 진실 여부에 따라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더욱이 23일은 노 전 대통령 서거 3주기이다.

○ 야권 구도에 중대 변수

조 전 청장이 검찰에서 밝힐 내용에 따라 정치적 파장의 크기와 방향은 달라진다. 조 전 청장의 주장대로 차명계좌의 실체가 있다면 ‘메가톤급’ 후폭풍이 야권을 덮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 측이 조 전 청장을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진실을 가리기 위한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중단됐던 검찰의 ‘노무현 비자금’ 수사가 사실상 재개되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돈을 건넨 사실을 일부 밝혀냈고, 이에 대해서 노 전 대통령은 사과까지 했다.

당시 친노 세력은 노무현 정부 시절 각종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며 도덕성에 타격을 입고 폐족(廢族)이라는 오명까지 썼지만,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통해 정치 일선에 힘들게 복귀했다. 이제는 민주당의 패권까지 잡은 친노로서는 잊혀졌던 ‘노무현 비자금’ 논란의 재등장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문 고문은 2009년 당시 검찰 수사의 창을 막아내는 방패 역할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노 전 대통령이 고인이 된 현재는 이번 사건의 당사자나 마찬가지다. 이 문제가 불거질 경우 문 고문으로서는 대권을 놓고 다른 주자들과 겨루기에 앞서 조 전 청장과 진실을 두고 다퉈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다른 친노 후보인 김두관 경남지사는 상대적으로 이번 의혹과는 자유롭다. 오히려 문 고문을 대신해 친노 주자로 도약할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친노 진영 전체의 도덕성 문제로 확산될 경우 김 지사로서도 부담스러워진다.

반면 조 전 청장의 주장이 단순한 설에 그친다든지 쉽게 실체를 찾기 어려운 논쟁적 사안이 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친노 세력은 즉각 정치적 배후설과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노 전 대통령 서거 3주기를 맞아 오히려 4·11총선 이후 흐트러진 친노 세력의 결집을 유도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새누리당, 겉으론 담담 속으론 촉각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4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이명박 정부의 검찰이 한 거고, (의혹을 제기한) 조 전 청장도 이명박 정부의 경찰청장인데 지금 우리가 무슨 얘기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4·11총선을 거쳐 명실상부한 ‘박근혜당(黨)’이 된 새누리당은 이번 논란에서 제3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아직까지는 조 전 청장 발언의 진위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관계가 드러날 때까지 지켜보자는 것이 새누리당의 분위기다. 조심스러운 속내도 엿보인다. 친노 후보가 몰락하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야권의 후보로 전면에 나서는 시기가 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정치적 유불리를 면밀히 따져야 할 대목이다. 또 이 문제가 지나치게 정치 쟁점이 될 경우 노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친노 세력의 도덕성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르는 것이 나쁠 것은 없지만 ‘친노의 결집’ 등 불필요한 역풍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조현오 파일#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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