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깨지나]“이석기 득표 61.5%가 IP중복 투표”… 이정희, 얼떨결에 부정선거 ‘고백’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8일 03시 00분


통합진보당 당권파 ‘몸통’인 이석기 비례대표 2번 당선자가 7일 사퇴를 거부하며 내세운 논리는 ‘당원들이 나를 뽑아줬으니 사퇴 여부도 당원들의 뜻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자신이 내세운 당심(黨心)인 통진당의 총선 비례대표 경선이 부정선거로 드러나 선거 자체의 정당성이 무너진 사실은 외면했다. ‘당원들이 뽑아준 행위’ 자체가 원천무효로 드러난 마당에 이를 정당성의 근거로 고집하는 논리적 모순에 빠진 셈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당선자의 당선이 원천무효가 될 만큼 온라인투표에 문제가 있었다고 자인한 사람은 그를 지키기 위해 애쓴 이정희 공동대표다. 이 대표는 4, 5일 열린 당 전국운영위원회에서 “(진상조사단이 온라인투표에서) 1위를 한 후보가 얻은 득표수 중 동일한 인터넷주소(IP)에서 투표한 비율이 60%, 즉 6000표라고 대표단 회의에서 보고했고 그걸 내가 적어 놨다”고 밝혔다. 이 당선자는 온라인투표에서 1만183표로 1위를 했다.

당시 이 대표는 진상조사단이 이 당선자를 겨냥해 편파 조사를 했다고 주장하기 위해 대표단의 비공개 회의록까지 공개한 것.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당선자에게 부정투표가 집중된 정황을 고백한 셈이다. 득표 중 무려 60%가 동일 IP에서 집중적으로 나왔다면 조직적 대리투표가 벌어졌을 확률이 매우 높다.

이 대표 측은 7일엔 아예 보도자료를 내 이 당선자의 동일 IP 득표비율이 정확히 61.5%라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동일 IP 득표비율이 이 당선자보다 높은 후보(65.3%)가 있다고 밝혔다. 동일 IP 득표비율 순위 3위(59.9%), 4위(57.8%), 5위(57.5%)를 공개하고 평균적인 동일 IP 득표비율이 52.1%라는 것까지 밝혔다. 이 대표 측은 이 당선자만 득표수 중 동일 IP 비율이 높은 게 아니라는 걸 주장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온라인투표에서 동일 IP의 비정상적 집단 투표가 광범하게 이뤄졌음을 자인하고 말았다.

비슷한 일은 전국운영위에서도 일어났다. 당권파인 우위영 대변인은 비례대표 경선으로 9번을 배정받은 국민참여당 출신의 오옥만 제주도당 공동위원장을 겨냥해 “제보에 따르면 100∼200개의 같은 IP에서 투표가 집단적으로 이뤄졌는데 왜 그건 밝히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비당권파를 공격하려다 부정선거가 공공연하게 자행됐음을 인정한 셈이다.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어떤 IP에선 3월 14일 오전 9시 28분에서 3월 15일 오후 4시 33분 사이 짧게는 수초, 길게는 수십 분 간격으로 47차례에 걸쳐 투표가 이뤄졌다. 다른 IP에선 3월 14일 오전 6시 48분에서 3월 17일 오후 9시 24분까지 수초∼수십 분 간격으로 39차례에 걸쳐 투표가 이뤄졌는데 이상하게도 투표자의 주소지는 서울 경기 인천 대구 대전 전북까지 다양했다. 대리투표로 의심되는 정황이다.

조사위는 실제 대리투표 증거도 확보했다. 대리투표로 의심되는 IP에서 투표한 당원을 확인한 결과 응답자 65명 중 7명은 당원이 아니었고 12명은 아예 투표를 하지 않았다.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에는 당원만 투표할 수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정희#통합진보당#부정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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