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으로부터 부인 신숙자 씨(70)가 사망했다는 공식 답변을 받은 오길남 박사(70)는 8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고개를 가로저었다. 북한은 ‘통영의 딸’ 신 씨의 생사와 관련해 1980년대부터 앓아오던 간염으로 사망했다고 1일 통보했다. 오 박사는 “아내는 분명히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며 “미국 독일 등 해외 각지에서 북에 아내의 송환을 압박하자 북이 임기응변으로 조작한 답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은 과거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도 국제 사회가 송환을 요구하면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었다, 자살했다며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무책임하게 사망했다고 답하는 것은 북의 상투적인 수법이다”고 주장했다.
어버이날인 8일에 열린 ‘통영의 딸에 대한 북한당국의 공식답변서 공개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북한방송 대표인 새누리당 하태경 국회의원 당선자(부산 해운대-기장을)는 북한에 억류된 오 박사의 딸 혜원(36) 규원 씨(34) 자매를 대신해 오 박사의 왼쪽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줬다. 오 박사는 “독일에는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풍습이 없지만 두 딸이 자주 들꽃을 꺾어 내 가슴에 달아주고 직접 쓴 카드로 마음을 전하던 기억이 난다”며 “북은 이런 두 딸이 나를 아버지로 여기지 않는다고 매도했다”며 울먹였다. 그는 “북이 나를 아내와 두 딸을 버린 패륜아로 몰고 있다”면서도 “북이 시키는 대로 해도 좋으니 딸이 꼭 살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특히 북한이 신 씨를 자신의 전처로 호칭한 것에 대해 분노했다. 그는 “나는 이혼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과 결혼도 안 했다”며 “아내도 다른 사람과 결혼했을 리가 없는데 북이 가족을 찾을 권리를 빼앗으려고 수를 쓴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북이 내 수기(아내가 간염을 앓았다는 내용)를 보고 간염으로 죽었다고 주장한다”며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 정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는 ‘신 씨가 사망했다면 유해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장인 장모의 무덤에 묻을지 내 옆에 함께 묻을지 딸들을 만나 의논하겠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은 올해 말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며 “아내와 두 딸을 얼싸안고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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