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9일 검찰에 소환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노 전 대통령 측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청와대 제2부속실 직원 2명의 계좌에 입금된 돈이 총 20억 원 이상”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직원 한 명의 계좌당 10억여 원씩 20억 원 이상이 입금됐다는 것이다. 조 전 청장은 이들 직원은 잔심부름을 하는 말단 직원이 아니라 적어도 행정관 이상의 간부 직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청장은 검찰에서 “대통령 부인 보좌를 담당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 간부 직원 2명의 계좌에 2004, 2005년경에 20억 원 이상이 입금돼 줄곧 사용되지 않고 있다가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2008년 2월경 돈이 거의 모두 인출됐다고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수십만 또는 수백만 원의 돈이 드나든 것을 모두 합쳐 거액이라고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 “입출금된 돈을 도박판 판돈 계산하듯 한 게 아니라 주로 뭉텅이로 들어온 돈을 입금액 기준으로 더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조현오 “檢, 우리은행 삼청동지점 가면 대상자 금방 파악” ▼
이어 조 전 청장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계좌추적팀이 2009년 5월 10여 일간 문제의 계좌 자금흐름을 추적해 이를 밝혀냈지만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하는 바람에 이에 대한 조사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그냥 덮게 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조 전 청장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검 중수부가 2009년 문제의 계좌를 추적할 때 발부받았던 계좌추적용 영장 사본과 압수물 목록 등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청와대 제2부속실 직원은 남자 2명, 여자 9명 등 모두 11명으로 검찰이 추적한 계좌 명의인은 행정관 이상 여자 간부 직원 2명으로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의 어떤 계좌인지를 쉽게 특정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 “은행은 계좌추적용 영장 사본을 모두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우리은행 삼청동지점에 가서 확인을 해도 대상자가 누구였는지 금방 파악할 수 있다”고 진술했다. 또 현재 봉인돼 보관돼 있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 자료도 확인 대조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조 전 청장이 2010년 3월 31일 기동부대 지휘요원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에서 언급한 ‘차명계좌’가 노 전 대통령 본인의 것인지, 아니면 권양숙 여사 등 노 전 대통령 가족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로서는 알 수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설령 그 차명계좌가 권양숙 여사 등 노 전 대통령 가족의 차명계좌라고 해도 노 전 대통령이 책임을 질 만한 계좌로 알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그의 주장이 2009년 수사 상황과 맞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조 전 청장이 진술한 대로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대검 중수부가 추적했던 청와대 제2부속실 직원의 계좌에 입금된 돈의 규모가 20억 원 이상인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조 전 청장은 13일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와 관련해 동아일보에 4일자로 보도된 “어느 은행, 누구 명의인지 다 까겠다”는 말에 대해 “나는 밝히겠다고 말했지 그렇게 저속하고 천박한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검찰에서는 10만 원권 수표 20장만 발견됐다고 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 “진실을 아는 검찰에서는 절대 그런 말이 나올 리 없다”며 “나를 말장난이나 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 진실을 호도하려는 세력이 지어낸 말”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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